당현증 인천계양테크노밸리주민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12월19일 기습적으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정부가 지정한 이름)는 101만평 거의(LH가 평가한 92.8%)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김포평야이고, '게눈 감춘 쌀'이라는 브랜드의 쌀 생산지이다. 지역 주민들은 천직이 농업이다.
그린벨트는 50여년 전 국가가 인간의 삶을 위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정해 놓은 법적인 녹지지역이다. 그린벨트 환경등급은 보전 중요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보전의 절대 필요성에 비례해 일체의 건축뿐 아니라 생활을 위한 간이화장실 설치도 법적으로 강력히 제한된다. 그린벨트로 지정한 지난 50년은 긴 세월이다. 한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속박과 굴레의 시간이었다.

농토는 하늘의 땅이고, 농민의 삶은 하늘에 의한 인간의 행위이다. 결국 농사는 농민의 영혼이고 농토는 농민의 몸인 것이다. 장마가 들면 농민은 논과 밭에서 물길을 살피고, 가뭄이 오면 사력을 다해 물을 긷는다. 그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애절한 반성과 기원을 빌었을 뿐이다.
농사를 위한 가장 바쁜 시기에 그 뜻도 의미도 알지 못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농민이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라는 설명회가 과연 정상적인 국가사업이고 위민 행정인가. 전문가들에게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용역을 주고 만든 평가서를 동사무소에 단 한 권씩 비치하고, 무려 722쪽의 무지막지한 분량은 물론 전문가들이나 통하는 용어들로 만들어진 평가서를 농민들 가운데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강제수용은 법률에 의해 국가나 공공단체 등이 공적인 목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일이라고 풀이가 돼 있지만, 쉽게 말해 국가가 함부로 빼앗는 행위다. 국가가 필요해서 법적으로 그린벨트라는 미명하에 생존권·재산권을 수십년을 제한해놓고, 서울의 집이 부족하고 비싼 집값을 잡는다면서 농민을 희생의 제물로 삼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국토부는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주무 장관은 치적이라고 해당 시·도지사나 자치단체장들과 손을 잡고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고, 지역에서는 현수막을 걸고 유치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한다. 이 모두가 세금이고 농민의 피땀 어린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이나 할지 한숨이 깊다.
농부의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고, 농민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며, 농민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이 아픔과 슬픔을 과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는지. 평생을 함께했던 하늘은 그 해답을 알려 주려는지, 이제는 믿었던 하늘도 원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