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 인천시새마을부녀회장


지난 일주일간 주민들에게 식수를 전달하는 봉사에 참여했다. 수돗물 정상화가 지연됨에 따라 서구 주민인 나는 이웃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17년 넘게 지역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온 새마을부녀회원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17일부터 매일 100여명의 새마을봉사자들이 각 가정으로 물을 배달하고 각 가정에서의 대응요령을 알렸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는 휴교를 하거나 대체 급식이 이뤄졌다. 유아가 있는 가정은 다른 곳으로 잠시 피신을 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길어지면서 인천시새마을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단체 차원의 물 전달 기금을 마련하고 군·구별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봉사자를 모집해 현장에 투입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국방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론 서울, 경기, 경남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급수차를 이용, 인천의 40여개 학교 급식실에 매일 물을 공급했다. 군인 아저씨, 공무원, 공사 직원들이 힘을 보태 나른 물로 음식을 조리해 정상적인 급식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인천의 많은 시민들이 서구와 중구 주민들이 수돗물로 인해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금을 모아 기부하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은 서구를 찾아 주민들에게 생수를 전달하고 봉사활동하며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사태에 시민들은 화합하고, 도우며 깊은 애향심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첫 번째는 사태 해결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의 수도세 감면, 생수 지원 등 각종 지원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가 상황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마음으로 기부는 물론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현장에 나가보면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라며 함께 물을 날라주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여기로 둬 주세요, 저기로 둬 주세요" 지시를 하고 불만을 봉사자들에게 쏟아내는 일은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번 수돗물 사태 때 멀리 남동구, 연수구 등 각지에서 서구까지 달려와 봉사활동에 참여한 새마을회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 각박한 사회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이웃이 있기에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