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시련 견디고 인생 역전골 쏘다
▲ 인창수(왼쪽) 코치가 이강인 선수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인창수 코치

 

▲ FIFA U-20 월드컵 코치진들이 어깨 동무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인창수코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정정용 감독 손 잡고 코치 합류

무명 선수·지도자의 반란 성공

아르헨서 20년 생활 승리 도움

AFC - 16 女 대표팀 감독 발탁



대한민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19 U-20 남자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에 전 국민은 하나가 돼 응원하고 즐거워했다.

대표팀을 이끈 정정용(51) 감독을 포함해 이강인(발렌시아), 이광연(강원FC) 등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숨은 그림자도 있다. 바로 인창수(48)코치다.

그는 사실 무명에 가깝다. 선수 생활도 화려하지 않았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마저도 빛을 보지 못했다.

눈물겨운 시련이 항상 곁에서 맴돌았다. 포기할 수 있었지만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인생 역전'의 성공 신화를 이뤘다.

그는 1985년 어렸을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국적도 취득했다. 축구와 인연을 맺은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1994년 실업(현 내셔널리그)팀 이랜드푸마(해체)에 입단한다. 그러나 선수로서 축구팬들에겐 기억되지 않았다. 그러자 2006년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안산할렐루야(206∼2012년)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을 맡았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K3(아마추어)팀 포천시민축구단의 문을 두들겼다. 이때부터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2013년 부임 첫해 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준우승, 2015년엔 무패 우승을 이끌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6년 서울이랜드FC 코치를 맡는다.

2018년엔 감독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성적 부진으로 팀과 이별한다. 시련을 극복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마음을 굳게 먹고 P급 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어느 날 정정용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U-20 남자대표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안이다. 고민 끝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전화를 받고 한참 고민했다. 대표팀을 맡아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표팀을 맡고 나선 정정용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두 사람 모두 노력형이라 손발이 잘 맞았다.

아르헨티나 경기에선 인 코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아르헨티나에서 20년 넘게 생활한 터라 정보를 잘 알고 있었다. 국적은 달라도 한국의 피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무한감동이었고, 감동적인 결과가 나와 기쁨은 두 배였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국가를 목청껏 크게 부를 땐 울컥했다. 세네갈 경기에서 불가능한 경기를 뒤집고 이겼을 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현지 분위기는 뜨거웠다고 언급했다.

"폴란드 팬들이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엄청 응원했다. 매 경기 홈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며 경기장 분위기를 전해줬다.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선수에 대해선 향후 15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 인재라고 소개했다.

월드컵을 마친 그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와 국민들의 함성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다.

그는 AFC U-16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오는 9월에 열리는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둬 2020년 월드컵 티켓을 따내는 것이 목표다.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