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규 프레임 인문학독서포럼회원

'말이 씨가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이 밖에도 말을 함에 있어 경계해야 할 행동에 대한 속담과 격언은 너무나 많이 있다. 말은 생기기도 하고 변행되기도 하며 뜻이 바뀌기도 하고 생물과도 같아서 살아있는 사회상과 시대상을 잘 표현해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하철 광고판에 붙은 이 말들을 보면서 공공장소에 붙여진 광고에 대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표현의 자유와 상업적 광고에서의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 어떤 말의 표현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냐"라고 누군가 반문한다면 필자로서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말로 인한 사회의식 변화와 우리 아이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치열했던 하루의 끝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베개, 매트리스, 잠, 휴식을 강조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강조 접두어를 쓴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이 마약의 폐혜와 중독의 심각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마약이란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흔히 우리는 맛있고 달고 좋은 것에 '꿀'이나 '참'이란 단어를 붙여서 사용한다. 꿀참외, 꿀팁, 참새, 참나무 등이 그 용례이다. 또 개망나니, 개×놈 처럼 말의 앞에 '개'자를 붙여 쓰면 전체적으로 더 부정적인 말의 강조로 쓰인다. 그런데 마약은 부정 뜻의 접두어인데 긍정의 뜻으로 해석되게 말이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매트리스 등이 그 사례이다. 맛있어서 찾게 되는 상품 앞에 마약이라는 말을 일상용어처럼 자주 쓰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란 공공장소에 버젓이 이런 광고 문구를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 지하철공사와 광고주, 판매업자 모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접두어를 사용함에 있어 그 어떤 경우에도 '마약'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약이 결코 긍정의 의미로 해석돼선 안 되며 자주 입길에 오르내리는 일상어가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마약은 독이고 나쁜 것이며 봉인해야 할 단어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