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함께 하는 음악예술마을 만들고파"


헝가리 유학 중 '박물관' 계획 … 작년 개관
옛 악기 600여점·악보 1000여점 등 전시
"음악은 하나로 만드는 위대한 힘 가졌다"




"남북 아이들이 함께 노래와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음악예술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재현(51)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장은 19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음악예술마을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과 정서를 위로하고 하나로 만드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에게 음악적 상상력과 문화, 역사를 알려 주기 위해 학교 수업과 연계한 예술교육을 하면 좋을 것이다"면서 "박물관이 음악 산업의 발달사를 보여주고 새로운 악기를 제작하는 산실 역할을 할 것이다"고 했다.

신 관장은 지난해 첼로, 바이올린, 하프기타 등 유럽 옛 악기 600여점과 악보 1000여점을 전시한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문을 열었다. 오르페오(Orfeo)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음유시인인 오르페우스(Orpheus)의 전설을 소재로 작곡한 오페라 제목의 이름이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때 공부보다는 기타 동아리 활동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1999년 헝가리 코다이음악원에서 합창지휘와 음악교습법을 배우던 중 악기박물관을 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박물관이 없는데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0년 첼로 1점을 산 것이 그 시작입니다."

그는 4년여 헝가리 유학을 마치고 첼로 1점과 바이올린 2점, 악보 등을 들고 2002년 귀국했다. 그 뒤 인터넷 경매와 유학 시절 사귄 유럽 친구들 통해 본격적으로 악기수집에 나섰다고 한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악기도 있다. 세계 1차대전 때 만들어진 '하프기타' 표면에는 '전쟁을 회상하면서 평화를 기원한다. 1914~1917'(독일어)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자폰(금관악기)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무명의 한국인이 6·25때 사용한 탄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악기와 악보도 있다. 비올라 다모레(찰현악기·줄을 활로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현악기), 바이올린 베이스, 12세기쯤 양피지로 만든 네우마(Neuma·악보) 등이 그 것이다.

그는 "첼로 '엔드핀' 소재가 나무, 철, 카본, 티타늄 등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악기는 그 시대상, 산업 기술의 발전사 등을 담고 있다"면서 "악보도 양피지에서 종이에 그려지는 등의 인쇄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유아용 악기 개발에도 애쓰고 있다.

"대부분의 악기는 성인에게 초점을 맞춰 제작됐습니다. 그리고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게 설계돼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고려해 만든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을 보급하고 교수법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박물관을 운영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국립 박물관과 달리 사립박물관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듭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물로 볼 수 있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할 때, 대학생들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와 관련 자료를 참고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성남시티투어인 '도시락(樂)버스'의 코스 중에 포함돼 있습니다. 사립이라도 공익에 부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면 지원받을 수 있는 틀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신 관장은 악기와 악보 등을 제대로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오르페오 박물관은 아직 리허설 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악기와 악보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박물관 상주 연주 단체인 '오르페오앙상블'이 펴는 연주봉사와 음악교육 프로그램의 수준도 한 단계 끌어 올릴 생각입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