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 도시를 떠나거나 모여드는 사람들
[경기칼럼] 도시를 떠나거나 모여드는 사람들
  • 인천일보
  • 승인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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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기인(奇人)이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창조자다. 괴팍한 성질을 갖고 있다. 예술가에 대한 표현으로 다양한 대답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공통된 내용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어딘가에는 꼭 포함된다. 예술가는 동일함을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감각이 기형적으로 유별나게 발달된 사람이라고도 여겨진다. 그래서 예술가는 유별난 그 감각으로 섬세함의 극치 즉 예술 작품을 만들게 된다.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그 맛이 다르고, 어감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차이, 너무나 섬세해서 쉽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같지 않은 일관된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과 다른, 낯설거나 유서 깊은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새로운 것을 보며 신기해하고 발길을 쉽게 떼어놓지 못한다. 그런 장소에는 보통 예술가들의 자취가 남아있다. 시선을 빼앗는 멋진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예술가의 자취나 예술작품이 놓여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러한 예술작품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것일까. 예술작품에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강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호흡을 멈추게 한다. 연극이나 음악 연주를 듣는 것은 예술가와 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에너지와 무대 예술가의 에너지가 혼합된 결정체를 마주하는 것이다. 배우와 음악가들은 작가의 작품을 단순하게 읽거나 연주하지 않는다. 관객의 미묘한 호흡을 무너트리거나 빼앗는 '꾼'이요 '쟁이'들이다.

우리나라 도시도 빈 곳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는 그 기능을 곧 잃게 된다. 오래된 상가, 이전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길들이 신도심이 개발되고 주거환경이 변화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고 이제는 낙후된 거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가 나섰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며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업을 시작했다. 낡은 건물을 고치고, 길을 새롭게 포장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축제를 기획하기도 한다. 축제에는 먹거리가 약방의 감초라 빠지지 않는다. 어떤 곳은 상설 야시장과 장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뜸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산 지원이 끊기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에너지가 소진되면 도시는 한산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재생 사업의 전형적인 하나의 유형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유형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예술가와 문화적인 향취가 상업시설에 밀려서 외곽으로 또 변두리로 이전과 이전을 거듭하며 지역이 문화적으로 공동화되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도시는 활력을 되찾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다만 도시가 슬럼화되었다가 살아난 사례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

브로드웨이는 미국 공연 예술의 대명사로 세계적인 공연 작품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극장의 수와 규모 그리고 관객 동원에 있어서는 세계 공연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적인 시설인 만큼 다양한 투자와 양적·물적 지원으로 만들어진 지역이다. 브로드웨이 연극의 반대 개념으로 상업적인 연극을 반대하는 뉴욕의 지하 연극운동인 오프 브로드웨이가 있다. 주로 오락성을 강조하는 브로드웨이 연극과는 달리 문학적인 요소나 사회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브로드웨이가 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오프 브로드웨이는 슬럼가 지역에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시이다.

스페인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도시였다. 1980년대 들어 빌바오 철강 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도시의 기능이 점차 침체되어 갔다. 1991년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고, 1억달러를 들여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건립 이후 미술관은 빌바오의 경제를 되살려놓은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의 개척자이며 시민들의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드는 요인 중 하나가 예술가와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사랑하는 문화의 순도가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문화적인 가치가 살아 숨을 쉬는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거기에 꼭 위대한 한 사람만의 예술가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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