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누구를 위한 수소경제인가
[목요논단] 누구를 위한 수소경제인가
  • 인천일보
  • 승인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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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사고 이후, 수소와 관련된 지역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다. 수소는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수단이지만 안전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인근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폭발물이 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ESS(에너지저장시스템)와 함께 수소는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지구에 무한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대부분이 다른 원소와 결합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물도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것이다. 순수한 수소를 분해하여 얻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현재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은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는 에너지로 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저온과 고압으로 저장한 후 필요할 때마다 연료전지라는 장치를 통해 수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와 연료전지의 결합이 매우 효과적인 이유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며, 소음도 없고, 온실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소 자체는 인화성이 매우 높은 물질로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고, 소비단계가 아닌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또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면 수소는 당연히 재생에너지는 아니다.
수소 에너지는 크게 두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자동차에 사용되면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가 되고, 전력 생산에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수소발전소)가 된다.

수소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자동차 내부에서 연료전지 장치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 전기를 통해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소차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수소저장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야 하는데, 주유소 같은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반면 수소발전소는 저장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적용하여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장치로 대형 발전소보다는 지역 열병합 발전에 적합하다. 수소발전소는 소음도 없고 오염물질도 발생하지 않으며, 용량 설정이 자유로워 대형으로도 소형으로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도시에 적용 가능한 에너지 생산설비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월에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한국이 전세계 수소경제를 선도할 것을 선언했다. 이는 수소가 갖는 친환경적 장점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경제가 가져올 이득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주민과 충분한 소통이 있었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국가 목표 달성에 매몰되어 밀어붙이기식으로 집행한다면 해당 지역 주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또 다른 다수의 횡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환경 시설 설치와 관련된 문제는 이제 더는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선 크게 이슈화해 놓고, 여론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의 님비(NIMBY)문제를 부각시켜 지역이기주의로만 몰아가는 방식은 그칠 때가 됐다.

수소경제가 지역 주민에게 좋다면 여느 지자체라도 앞다퉈 이를 수용할 것이다. 지금은 '수소경제가 좋은데 왜 지역주민은 이를 이해하지 못할까'하고 답답해하기보다는 수소경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주민이 얻을 편익과 위험성을 상세하게 조사한 후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수소 저장기술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이를 급하게 상용화하겠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ESS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민은 새로운 그러나 위험한 기술의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수소관련 사업에서 인근 주민의 불안함과 우려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통 발생 확률은 낮으나 한 번 발생하면 그 손실이 큰 사태에 대해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이를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라고 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속적 소통을 통해 우려를 잠식시키는 것이다.
정보가 한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고 여겨지게 되면 과대평가의 경향은 더 크게 나타나곤 한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필요성과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정부가 원하는 수소경제도 자연스럽게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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