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월1일부터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다. 2017년 12월24일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 이하의 규정이다. 레몬법(lemon law)이란 품질이나 성능의 기준에 반복적으로 부적합한 제품을 보상하기 위해 자동차 등 소비재의 구입자에게 구제책을 제공하는 미국의 주법을 말한다. 소형 전자제품부터 거대 기계까지 온갖 종류의 불량품이 있지만 레몬이란 말은 자동차, 트럭, SUV, 오토바이 등의 결함차를 나타내는 데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래 자동차의 하자로 인한 자동차의 가치 하락, 운전자와 타인의 생명과 신체의 위협 등에 대하여 적절히 대처하는 법제도가 미비했다. 신차에서 같은 증상의 하자가 반복되어도 자동차의 제작·조립·수입자(이하, '제작자 등')가 교환·환불을 거부하면 소비자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외에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다.

올해 시행된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제47조의2 이하에서 일정한 조건 하에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차량의 구매계약 당시에 교환·환불 보장 등의 내용이 '서면계약'의 형태로 작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구조나 장치의 하자로 인하여 자동차의 안전이 우려되거나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사용이 곤란하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차량이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이내 이어야 한다. 이 경우 ①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구조 및 장치에서 같은 증상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한 경우(중대한 하자), 또는 ② 중대한 하자 이외의 구조나 장치에서 같은 증상의 하자가 4회 이상 재발한 경우(일반적 하자), 또는 ③ 1회 이상 수리한 누적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하자자동차의 소유자는 차량 인도 시로부터 2년 이내에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신차의 인도 시부터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때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또한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하자차량 소유자의 신청에 따라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통한 중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종래의 미비한 법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로서 환영할 만한 입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형 레몬법에는 여러 가지 구멍(loophole)이 존재한다.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 당사자간 서면계약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작자 등이 자동차의 교환·환불에 대한 서면계약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을 강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지난 4월2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16개 공식 회원사 중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포드 등 11개사와 국내산인 한국GM은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며 교환 및 환불 규정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의 입증 어려움을 완화해 주고자 한 입법의 경우에도 차량이 인도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의 경우에만 인도된 때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6개월 이후에 발견된 하자에 대해서는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소유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차량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는 하자가 추정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로서 도입한 교환·환불 중재제도 역시 입법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교환·환불을 위한 중재는 자동차 제작자 등과 하자차량 소유자의 사전 중재합의로 절차가 진행되는데, 중재 판정은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소비자의 중재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거나 사전 중재 합의가 분쟁해결 수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와 같이 행정형 중재에 대해서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 및 중재 판정이 제조업자 등만을 구속하고 소비자는 중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다시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형 레몬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되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환, 환불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의 하나가 바로 미국 등 해외와 달리 징벌적 보상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