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지역 조례 제정으로 사고 대응
서구·영종 '재난지역' 선포 요구에 난색
붉은 수돗물 사태로 수돗물을 쓸 수 없어 피난민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이에 대해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에 해당되지 않을 뿐더러 지자체에 권한이 없다며 손사래만 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원도가 최근 수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도지사 권한으로 사회재난지역으로 지정한 사례가 있어 시가 그동안 재난 정책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붉은 수돗물이 발생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신청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고"라고 17일 밝혔다.

전날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대책위원회는 집회를 열고 "서구·영종 등 수돗물 피해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중앙정부 총괄 컨트롤타워가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재난이 발생해 국가의 안녕과 사회 질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피해를 효과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재난지역을 건의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국가와 지자체는 피해 주민 구호, 주거용 건축물 복구비 지원, 고등학생 학자금 면제, 세입자 보조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각종 세금 경감과 납부 유예도 이뤄질 수 있다.

올해 들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 일부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우선 특별재난지역 신청 대상이 되려면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가 1명 또는 부상자가 20명 이상 발생해야 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붉은 수돗물로 피부질환이 생겼다는 피해 신고에 대해선 "경미한 피해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 관계자는 "특히 특별재난지역 지정 신청은 관할 지자체가 복구할 여력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때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식"이라며 이번 사태가 특별재난지역과는 온도차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시의 이런 대응 방식이 강원도와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도는 지난 5월 강릉 과학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도지사 권한으로 사회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주목을 받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낙담한 피해 주민을 보듬을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관련 조례에 담은 덕분에 사회재난지역 지정이 가능했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은 "이번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강원도의 사회재난지역 지정 제도에 관심을 갖고 인천에도 필요하다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