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위로받는 그 이름, 아버지
▲ 최경실 등 10인 지음, 작은숲, 260쪽, 1만4000원.

"아버지를 떠올리면 온몸이 시려옵니다. 이 글을 쓴 필자들 모두 저무는 연륜이니 아버지라는 호명조차 무거웠던 유년의 기억들입니다. 식민지시대와 대동아전쟁, 6·25와 독재시국에서 혼신으로 식솔을 지키던 이름자들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약진이 자리를 잡았을 새천년 즈음 몸이 쇠했거나 세상과 작별을 했으니 그 신산고초의 무게를 형용할 수 없습니다."(강병철 '머리말' 중 4쪽)

'아버지를 읽어 내고 쓴다는 것은 두렵고 힘든'이라고 한다. 원망, 낯섬, 엄함이란 단어와 울타리, 산봉우리, 자상이란 단어 등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묘하게 들어맞는 자식들에게 아버지란 그렇게 이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돼 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 때문에 더 다가가고 싶은 사람, 그 이름이 '아버지'다. 강병철 작가를 비롯한 10명의 지은이들이 거친 시대를 묵묵하게 견뎌낸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진솔한 10가지 색깔의 글로 묶어냈다.

이 책에 실린 10개의 사부곡은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 격변의 시기를 아버지라는 스펙트럼을 통과해서 보여 주는 세상 이야기'이다. 따뜻하고 애잔하며 아픈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가장(家長)이라는 제복'을 입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부모를 봉양하고 어린 것들을 길러내며 가난을 헤쳐 나가야 하는 전통적이고도 무거운' 제복을 입고 시대의 한복판을 묵묵히 걸어와 거친 목소리와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 '자식들의 오해와 뒤늦은 이해와 연민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거나 떠나는 중'이다.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상황은 다르지만 뭔가 닮아 있는 10명 아버지들의 이야기,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자식들이 못내 풀어내지 못한 화해와 연민과 사랑의 기억을 더듬는 동안 어느새 아버지의 삶이 곧 나의 삶이며, 아버지의 삶이 우리 모두의 삶과 잇대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제목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는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오늘, 우리 자식들의 지친 어깨를 가만가만 토탁이는 소리다.

지은이들은 아버지를 아들이 잃어버린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소도시 책방을 헤매신 '따뜻한 사연'이라거나 집 난간 막내딸을 찾다가 마루에 앉아 후엉후엉 울음을 토하는 '애잔함', 또는 독재타도를 외치다가 감옥에 끌려간 아들을 공들여 꺼내 오고도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한 '아픈 시국'으로 그린다. 또 아버지의 그늘에서 그렇게 뿌리내리고 대궁을 키웠고 아버지의 둥지에서 바람막이 받은 채 등허리 데우다가 몸피 키우며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외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이제 비로소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전해 드립니다. 예전의 그 뒷모습의 닮은 꼴을 확인하며 지난했던 세월들을 사무치게 반추합니다. 이 땅의 모든 독자들과 그날의 사연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강병철 '머리말' 중 7쪽)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