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선, 실학을 독하다] 4.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 (3) 곽식자가 육식자를 근심하다
[아! 조선, 실학을 독하다] 4.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 (3) 곽식자가 육식자를 근심하다
  • 여승철
  • 승인 2019.0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기 먹는 벼슬아치 그릇된 정책에
콩잎 먹는 백성만 죽어나니 걱정뿐
▲ 필사본 <성호 곽우록>, 첫 줄에 "나는 천한 사람이다(余賤人也)"가 보인다. (개인소장)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성호 선생이 지은 <곽우록>(藿憂錄)의 집필 목적은 '간뇌도지(肝腦塗地)'다. <성호사설>의 부록격인 <곽우록>은 유형원의 <반계수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는 천한 사람이다 … 육식자(肉食者, 고기를 먹는 관리)가 묘당(廟堂, 당시의 의정부, 지금은 정부)에서 하루아침이라도 계획을 잘못하면 곽식자(藿食者, 콩잎을 먹는 백성)의 간(肝)과 뇌(腦)가 들판에 흩어지는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콩잎 곽'(藿)은 백성이요, '근심 우'(憂)는 걱정이니 책 제목은 곧 '백성 걱정'이라는 뜻이다. 즉 '곽식자'는 콩잎을 먹고사는 백성으로, 고기반찬을 먹고사는 관리인 '육식자'에 빗댄 말이다. 조조(祖朝)라는 백성이 진헌공(晉獻公)에게 글을 올려 나라 다스리는 계책을 듣기 요청하자 헌공이 "고기 먹는 자가 이미 다 염려하고 있는데 콩잎 먹는 자가 정사에 참견할 게 뭐 있느냐"(肉食者謀之 藿食者何有)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진헌공은 조조를 스승으로 삼는다(<설원>, '선설' 항).

선생은 "나는 천한 사람이다(余賤人也)"이지만, "관리가 잘못하면 간과 뇌수가 들판에 흩어져 죽는 것은 백성"이니 "어찌 목숨이 달린 일에 간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고 묻는다. 선생은 백성들의 간과 뇌수가 들판에 흩어지는 참혹한 죽음을 형상화한 '간뇌도지'라는 표현을 끌어왔다.

이 말을 하는 선생의 심정을 구차하게 몇 자 글줄로 설명할 필요 없다. "나는 곽식자인 천한 백성이기에 국가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지만 육식자인 당신들이 잘못된 정책을 실시하니 우리 백성들이 이렇게 간뇌도지하지 않느냐"는 항변이요, 자신이 <곽우록>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격정적 절규인 것이다.

사실 국민이 백성인 이 시대에도 국민들이 관리를 상대하기가 버겁다. 더욱이 저 시절 조선은 왕국이었다. 왕에게 대드는 글줄을 쓴다는 것은 목숨 줄이 여러 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각설하고 <곽우록>의 내용부터 살펴보면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를 조목별로 정리하였다. 즉 '경연'(經筵)·'육재'(育才)·'입법'(立法)·'치민'(治民)·'생재'(生財)·'국용'(國用)·'한변'(邊)·'병제'(兵制)·'학교'(學校)·'숭례'(崇禮)·'식년시'(式年試)·'치군'(治郡)·'입사'(入仕)·'공거사의'(貢擧私議)·'선거사의'(選擧私議)·'전론'(錢論)·'균전론'(均田論)·'붕당론'(朋黨論)·'논과거지폐'(論科擧之弊) 등 19개 항목에 논학제(論學制)를 첨부하였다. 경연·육재·입법·치민·생재·국용·한변·학교·숭례·식년시·치군·입사 등 12개 항목은 <성호문집>에는 없고 <곽우록>에만 보인다. 이를 당시의 통치법인 <경국대전>(經國大典) '육전'(六典)에 의거하여 나누어보면 아래와 같다.

①이(吏): 관리의 종류와 임명에 대한 내용-경연·육재·입법·치민·입사·공거사의·선거사의·붕당론(8항) ②예(禮): 교육, 과거 시험과 여러 가지 의례에 대한 내용-학교·숭례·식년시·논과거지폐·논학제(5항) ③호(戶): 인구와 조세, 봉급 등에 대한 내용-생재·국용·전론·균전론(4항) ④병(兵): 국방에 대한 내용 한변·병제(2항) ⑤형(刑): 재판과 형벌, 재산 상속, 노비에 대한 내용 병제(1항)

이로 미루어 보면 선생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관리 제도와 교육, 과거 제도다. 다리, 산업 등에 대한 공조(工曹)와 관련된 내용은 전연 보이지 않는다.
조선왕조인 저 시절과 대한민국인 이 시절,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선생에게서 무엇을 배우려 하는가?
아래는 <성호선생언행록>에 실린 글로, 성호 선생이 자신의 저서 <곽우록>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계책이 지금은 끝내 시행되지 못하더라도 후세에 만일 채택되어 시행됨으로써 평범한 한 남편과 아내가 그 혜택을 받게 된다면 내가 죽은 후라도 어찌 큰 행복이 아니겠느냐"(終不能行乎 今後 世若有採 而行之使 一夫一婦得蒙其澤則 雖身死之後豈非厚幸).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땅의 국회는 몇 달째 공전하고 있다. 하지만 후안무치한 의원들은 꼬박꼬박 불로소득을 잘만 챙긴다. 모쪼록 성호 선생의 뜻이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곽우록>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