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선수 숫자와 개인 기량 등 모든 면에서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홈팀 태국에 무릎을 꿇은 것은 정신력과 투지의 열세였다.

 12년만의 정상복귀를 꿈꾸던 한국축구는 홈에서는 자기 기량 이상을 발휘한다는 태국축구의 강점을 알고있으면서도 지도자나 선수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다 결국 수모를 당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첫 상대였던 투르크메니스탄에 역전패를 당해 첫 수모를 당한 뒤 일본전과 쿠웨이트전 승리로 다소 나아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나 태국을 얕잡아본 탓인지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펼쳐 매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 10월 대표팀을 맡은 허정무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조직력이 부족했다. 노장들은 노장들대로, 신예스타들은 그들대로 따로 놀았다.

 이동국, 김은중 등 「10대스타」들의 바람을 기대했지만 박진섭 등 일부를 제외하곤 기대밖으로 부진했다.

 더구나 이들 신예스타들은 프로축구 붐에 따른 인기 상승으로 들떠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경기 경험부족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경험부족은 선수들뿐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과 김현태 코치도 태국의 철저한 「수비후 기습」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허감독은 무더위에서 그것도 충분히 드센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국과의 경기에서는 경기력이나 작전보다는 정신력과 투지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간과한듯 했다.

 축구협회 또한 기술위원을 현지에 투입해 대표팀을 도왔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축구의 태국전 패배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아도 정신력에서 뒤지면 패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안겨주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