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관 조사반 답 못 찾아…사태 장기화로 생수·필터 등 구매비 보상 규모 '눈덩이'
▲ 박남춘 인천시장이 수질피해와 관련해 14일 서구 공촌정수장을 방문해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적수가 발생한 지 18일째를 맞았으나 오히려 피해 범위는 서구에서 영종지역까지 확대됐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도 밝혀진 게 없다.

인천시는 초기 대응 실패와 피해 현황 등 기존 입장 번복으로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윗선의 책임론과 함께 상수도 조직·시설물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 적수 공포, 재정 부담은 눈덩이
지난달 30일 서구에서 처음 시작된 적수 사태가 3주 가까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지역은 더 늘었다. 시가 그동안 적수 사태와 관련이 없다던 중구 영종도를 피해지역으로 인정한 것이다.

박준하 행정부시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영종지역도 이번 수계 전환 영향으로 수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는 두 지역을 합쳐 약 8750가구가 적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면서 적수 사태의 책임을 지고자 생수와 수도꼭지·정수기 필터 구매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보상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있다.

급기야 시는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80억원을 요청했으나, 행안부가 긴급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신청액의 18%(15억원) 수준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어린이집, 어르신 이용시설 등의 생수 지원과 피해 주민의 생수 구입·필터 교체 비용 20일치를 요구했는데 15억원만 지급됐다"며 "나머지 부족분은 시 재난관리기금에서 많이 끌어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강화지역 학교 12곳(유치원 포함)에서 적수 피해를 본 것으로 의심되면서 시의 재정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신뢰 잃은 인천시 행정
시는 취수장의 수돗물 공급을 늘리는 수계 전환 시행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져 이물질이 수돗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부 조사반과 민관 합동조사반이 투입됐으나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시의 '아마추어적 위기관리 능력'이 문제를 키우고 적수 공포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으로 서구 적수 피해와 무관하다던 영종지역을 뒤늦게 피해지역으로 번복한 것과 사고 초기 '음용에 문제가 없다'식의 판단을 내려 주민 반발을 일으킨 것이다.

환경부도 "사건 발생 초기 인천시에서 '검은 알갱이가 다량 섞인 수돗물이 기준치를 충족하니 먹어도 된다거나 빨래를 해도 된다'고 말한 것은 시민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 대응"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300만 시민들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인천시의 상수도 관리 능력마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담하다"고 밝혔고, 인천경실련은 "안전 현안 대응의 밑바닥을 드러낸 인천시장은 물 관리 개혁 방안을 내놔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