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환' 목소리
환경부 업무이관 논의는 '분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인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발제한구역법' 탄생 배경이 된 1998년 헌법재판소의 도시계획법 헌법불합치 결정은 인천시민 청구에서 비롯됐다.

1989년 배모씨 등 3명은 그린벨트 건축물에 대한 서구의 철거 처분을 받으면서 법적 다툼에 나섰고, 같은 이유로 북구에 철거대집행 처분 취소를 요구한 이모씨 청구도 병합됐다. 재산권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헌재 결정은 이듬해 정부의 제도 개선과 법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로도 20년간 인천에선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건설 등으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되풀이됐다. 환경평가 2등급지가 대부분인 계양테크노밸리가 3기 신도시에 포함하면서 그린벨트는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벨트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정책 전환 필요"

1999년 정부의 제도 개선 이후 그린벨트 해제로 수도권은 거대 도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의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도 권고안에서 "낮은 토지 가격으로 인해 정부가 계속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바로 다음달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도시 정책을 내놨다.

16일 '2021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보면 '자연과 도시의 공존, 그리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무분별한 개발 억제, 훼손지 복구, 주민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만 놓고 보면 해외 그린벨트 활용 사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문제는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그리고 재원이다. 개발제한구역법을 보면 그린벨트 개발 과정에 보전부담금을 징수해 주민지원사업, 훼손지 복구 등에 쓰도록 돼 있다. 보전부담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지난해 인천시가 거둬들인 보전부담금은 122억원이지만, 주민지원사업 국고 교부액은 27억원에 그친다.

시 관계자는 "징수한 보전부담금 일부만을 관리 비용으로 지원받는 구조"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 정책이 전환되지 않으면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업무 이관 논의 '분분'

그린벨트 정책은 국토부 소관이다. 지자체에서도 개발 관련 부서가 담당한다. 지정 취지 가운데 하나인 환경 보전이 도외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자체 연구에서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강화' 등의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검토 단계에 머무른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도 지난해 11월 "지속적인 해제로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 관리 업무를 환경부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환경을 보전하는 용도 구역이 존재하고, 이를 통한 환경부의 정책적 수단도 많다"며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성장 관리를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관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개발제한구역 개념과 정책을 재정립할 시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개발 주도 정책을 환경 보전과 경관 관리 의미의 진정한 그린벨트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와 환경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계양구 귤현동 '도시 농부' 김홍석씨 "미래형 신도시는 자연과 공존하는 것"

"천편일률적인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가 아니라 그린벨트를 활용한 친환경 도시인 계양테크노팜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도시농부'라고 소개하는 김홍석(57)씨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계양구 귤현동에서 농장을 운영한다. 지난 2014년부터 서울 모 대학 강단에 서는 틈틈이 아로니아 등 60여종 작물을 재배한다. 도심에서 접근성이 높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터를 잡으며 김씨는 '로컬푸드 타운'을 꿈꿨다.

그는 "100여년 전 영국에서 그린벨트 개념을 제시한 에버니저 하워드의 철학은 도시 팽창을 억제하고 농업지대를 두는 전원도시 구상이었다"며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친환경 먹거리를 접하는 것이야말로 그린벨트의 미래 가치"라고 말했다.

농부로서의 삶은 그린벨트를 정면에서 바라보게 했다. 농업에 필수적인 시설은 단속 대상이었고, 로컬푸드 가공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생산(1차)과 가공(2차), 서비스(3차)를 아우르는 6차산업 활성화와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도시농부의 상상은 그린벨트를 도시농업, 여가·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외국과 다르지 않다.
김씨는 "미래형 신도시는 콘크리트 숲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전원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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