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입구도 없어"
수개월 방치…민원 빗발
시행사 "이달 안에 조치"
▲ 횡단보도 한쪽이 경계석에 막혀 있다.

"횡단보도가 막히거나 신호등이 떨어져 있고, 전신주가 인도 한복판에, 버스정류소는 식수대가 막고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택지개발지구에 설치된 황당한 도로 시설물에 시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런 시설물들은 적어도 3~4개월 동안이나 방치돼 왔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16일 시와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남양주 다산지금지구 공공주택 부지 203만5000㎡에 대한 2단계 구역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잘못 시공된 시설물들이 넘쳐나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남양주도시공사 다산신도시사업단으로 가는 이면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횡단보도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해당 횡단보도의 청사8 부지쪽 입구는 경계석과 가로수, 식수대(보차도의 경계부 등에 가로수, 중저목, 화초 등을 심어둔 곳)에 아예 막혀 있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많아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시민들은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횡단보도라는 반응이다.

문제는 황당한 시설물이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공사 바로 옆 왕복 6차선 도로 횡단보도에는 보행신호등이 횡단보행 라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 도로 옆 인도 한복판에는 전신주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남양주경찰서 옆 공사 현장 앞쪽 버스정류장은 바로 앞을 식수대가 가로 막고 있어 시민들이 이곳을 통과해 버스를 타야 한다.

시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와 현장 점검을 통해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사 시행사인 경기도시공사 측에 5월13일 교통 안전시설 전체 점검 및 재정비 요청, 5월28일 버스승강장 시설물 교체 등의 공문을 보내 '조치 후 결과'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 다산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해당 시설물은 공사가 완전하게 끝나지 않은 임시개통 도로이거나 임시 버스정류장 시설물이다"면서 "시가 재정비를 요청한 만큼 시공사를 통해 6월말까지 잘못 시공된 설치물들에 대한 수정, 보완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행사의 시설물 재정비 약속에도 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시설물을 재배치하거나 수정 조치하는데도 사업비가 들 것이고, 그 부담은 온전히 입주민들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다산신도시에는 거꾸로 된 버스정류장 비가림 시설물 등 황당 시설물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의 시설물뿐 아니라 시에 인수인계된 시설물까지 전수조사 할 필요가 있다"며 "처음 지을 때 제대로 짓지 않아 사업비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글·사진 남양주=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