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유지 불법경작 몸살
환경파괴·주민 안전 위협에
'환경도 지키고 좋은 일' 묘책
인근 아파트 "비폭력 대청소"
▲ 16일 오전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 경작행위에 의한 산림훼손이 발생하자 훼손된 녹지 일대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정비를 하며 조용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원래 이곳은 숲이 울창했고 지저귀는 새들로 가득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죽어가는 나무, 파헤쳐진 땅만 자리하고 있습니다."

16일 이른 오전, 수원시 이의동 광교산 일대에서 주민 70여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 입주자와 어린 자녀들이었다.

이들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경작지에서 고사한 나무 등을 둘러본 뒤 '광교산 나무와 경관녹지가 아파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봉투와 집게를 들어 올리더니, 숲에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와 잡초도 정리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주민들은 약 2㎞ 구간에서 1시간 넘게 작업했다.

광교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경작행위에 의한 산림훼손이 발생하자 환경정비를 하는 단체시위로 맞불을 놨다. '감시하되 싸우지 않겠다'는 묘책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광교산 대부분은 녹지이지만, 민간이 소유한 곳도 있다.

일부 땅 주인은 경계 울타리를 치고 농사를 짓는 중이다.

건축물까지 들인 땅 주인도 있다. 약 6개 구역이 이 같은 상황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거나 주민이 안전을 위협받으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근처 보행자 통행로로 산책하던 중 농사를 지으려는 차량에 놀라는 일이 자주 있었다.

이는 엄연히 위법이다.

시는 주민과 땅 주인 간 다툼을 빚자 통행로 입구에 구조물을 설치,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반면 땅 주인들은 권리를 주장하며 행정소송까지 냈다.

소송은 그해 12월 각하 결정되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듯 했다.

하지만 다른 구역에서는 아직 녹지로 차량이 다니는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또 일부 땅 주인이 소유하지 않은 녹지까지 침범해 농사를 짓고, 산림을 훼손하는 모습까지 꾸준히 주민들로부터 목격됐다.

주민들은 결국 시에 집단항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관할기관인 영통구청 측은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두 달 사이 주민들이 시에 낸 관련민원만 무려 500여건으로 알려졌다.

주민 A씨는 "권리 주장도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빈틈만 보이면 환경파괴를 하는 게 정당한 것이냐"며 "싸우지 않으면서, 좋은 일하고 환경도 지키기 위해 뭉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청은 소유하지 않은 장소를 훼손한 땅 주인들에게 원상복구명령을 했고, 추후 이행여부를 감독할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