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미술 운동 원조' 곽인식 작가 100주년 회고전
미공개 자료도 공개
▲ 곽인식作 '작품63'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 곽인식

"우주 속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물이 존재한다. 나는 일체의 어떤 표현 행위를 멈추고 사물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 미술계에서 전위미술 운동인 '모노하(物波·School of Things)'의 원조로 불리는 미술가 곽인식(1919~1988)이 남긴 말이다. 곽인식은 일찍부터 유리, 놋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며 사물과 자연의 근원을 탐구했다. '물성(物性)' 자체에 주목한 전위적 작품으로 일본과 국내 화단에 영향을 준 곽인식의 예술세계가 100년이 지나서야 빛을 발한다.

곽인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13일부터 9월1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열린다.

1919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 일본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한 곽인식은 사물과 자연의 근원을 탐구한 선구적인 작업을 했지만 그동안 예술적 성과가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 곽인식은 1960년대 초반부터 사물과 자연의 근원적 형태인 점, 선, 원에 주목해 물질을 탐구했다. 1970년대 일본 모노하(物波)를 견인한 작가들에게 직·간접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에서 국내와 일본에 소재한 곽인식의 작품 100여점과 미공개 자료 100여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현실 인식과 모색(1937년~1950년대) ▲균열과 봉합(1960년대~1975년) ▲사물에서 표면으로(1976~1988년) 등 3개 주제를 가지고 조망한다.

첫 번째 공간에는 곽인식의 초기작 '인물(남)'(1937)과 '모던걸'(1939), 패전 후 일본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 1955'(1955) 등이 전시된다.

두 번째 공간에는 곽인식 작품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때로 본격적으로 사물의 물성을 탐구한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원색의 물감에 석고를 발라 두터운 질감을 표현한 모노크롬 회화부터 캔버스에 바둑알, 철사, 유리병, 전구 등과 같은 오브제를 부착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유리, 놋쇠, 철, 종이 등 재료 자체에 주목한 작품도 함께 놓였다.

특히 곽인식 작품 행위의 분수령이 된 깨뜨린 유리를 붙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제시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이런 작업들은 좌우 대립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난관을 '균열'로 인식하고 이를 '봉합'으로 극복하려는 작가의 태도와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세 번째 공간은 돌, 도기, 나무, 종이를 활용한 작업을 소개한다. 강에서 가져온 돌을 쪼개어 다시 자연석과 붙이거나 손자국을 남긴 점토를 만들고, 나무를 태워 만든 먹을 다시 나무 표면에 칠하는 등 인간의 행위와 자연물을 합치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사후 방치됐다가 발굴돼 6개월간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복원한 작품 48점도 공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곽인식 작가의 100주년을 기념해 200여점이 넘는 작품들 중 작가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별했다"며 "시대를 앞서간 곽인식 작가의 예술세계를 100주년 맞은 올해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