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가·교육공간 수행
영국, 시민참여로 유지
프랑스, 공공시설 건립
캐나다, 지점별 용도 제시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전체 면적의 30% 규모인 80여㎢가 그린벨트다. 국내 개발제한구역처럼 폐쇄적이거나 제한적인 규제 방식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도시민의 생활공간이자 놀이·스포츠·여가의 장으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자전거 순환로와 어린이 교육 시설, 30여개의 역사·문화 공간 등도 갖춰져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는 지난해 1월 공동 수립한 '2021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에서 "개발제한구역 지정 목적과 취지는 독일과 비슷하나 관리 체계와 방식은 선진 사례에 비해 취약하다"며 "구역 자체를 규제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서 친환경적으로 관리 가능한 시설 또는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민 참여' 중시하는 영국

그린벨트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영국은 전체 면적의 13%를 차지하는 1만6347㎢(2017년 기준)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5547㎢는 런던 대도시권에 몰려 있다. 그린벨트 면적의 35.8%가 수도권에 지정된 한국과 비슷하다.

런던은 시민 참여를 중점에 두고 그린벨트를 유지한다. 농지가 대부분인 특성을 살린 로컬푸드 지원 사업, 커뮤니티 단위의 녹지 보존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국토연구원은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사업수행평가 연구'(2017) 보고서에서 "런던시와 지자체는 녹지를 조성·유지하는 데 지역 주민 참여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조율을 중요하게 판단한다"며 "런던권 그린벨트의 개발 압력에도 런던 시민들은 그린벨트의 존재를 존중하고 보존에 대해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역시 그린벨트 훼손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주차장 불법 이용, 건축물 무단용도 변경 등 국내 위법 행위와도 유사하다. 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방정부는 그린벨트 훼손에 대해 행정집행 등으로 철저하게 대응하고, 불법행위 발생 시 주민신고가 생활화돼 그린벨트 훼손이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와 지자체의 그린벨트 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 바탕으로 관리"

그린벨트 제도 운영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지방정부가 중요한 기능을 맡는다는 점에서 공통적 특성을 보인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적 관리 체계를 다진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1976년 그린벨트 정책을 도입했다. 파리 대도시권에 지정된 그린벨트는 삼림과 공원, 농지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녹지를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여가를 위한 공공시설을 건립하면서 도시 근교농업의 감소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린벨트 관리계획은 파리 대도시권 주의회 의장이 소장을 겸하는 '파리 대도시권 국토도시연구소(IAURIF)'가 수립한다. 관리계획 집행도 주의회 산하기관인 녹지대관리소가 맡는다. 파리 대도시권 그린벨트는 토지이용계획과 같은 법적 규제 수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에 바탕을 둔 관리를 우선시한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그린벨트 관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이해당사자 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토대로 이뤄진다"며 "이를 통해 그린벨트 목표량을 세우고 필요한 토지를 매수해 공공 개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은 그린벨트 활용 폭도 넓힌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외곽에 설정된 그린벨트는 자연 보존 지역, 연계 지역, 농업 공간, 공공시설 지역 등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7개로 나뉜 그린벨트 지역마다 용도에 맞는 특화 전략이 제시돼 있다. 지역별로 거점을 설정하고, 이를 연계하는 정책이다.

국토연구원은 '개발제한구역 입지시설 관리 강화 연구'(2018) 보고서에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띠 형태의 거대한 그린벨트를 지역별 특성에 맞게 구분해 공간별 전략을 찾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개발제한구역을 단순히 시설의 입지 규제 수단으로만 활용해 주변 지역 여건과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부재하다"고 분석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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