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아해운이 잇따라 건물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매각을 단행함에 따라 인천항에 선대 개편으로 인한 항로 감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만업계에서는 인천항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일보 4월12일자 1면·6월12일자 7면>
13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컨테이너 사업 통합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오는 10월 통합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내년 12월 장금상선이 보유한 한~일·한~중 항로까지 통합법인에 이관할 계획이었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국내 인트라아시아(한·중·일·동남아 등 아시아 해운시장) 컨테이너 선사 중 3위·2위에 올라 있는 중견 선사다. 두 회사가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면 선복량(운송능력) 9만TEU(1TEU=6m 컨테이너 1개)의 국내 3위·세계 19위의 중형 컨테이너 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선복량 기준 세계 20위권에 포함된 국적선사는 현대상선·고려해운·SM상선 등 3곳뿐이다.
양 선사의 통합은 인천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현재 인천항에서 5~6개 항로에서 컨테이너 정기서비스를 운영중인데 선복량은 총 1만9621TEU 규모에 이른다.
항만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통합으로 보다 효율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우려됐던 동남아 항로 축소도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흥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올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1102.7%에 달하자 얼마전 인천 항동7가 31-4번지 대지 및 지상 건물을 663억원에 신유로지스에 처분했다. 이에 앞서 리얼티디아이파트너스 등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29.71%의 지분을 양도했다.

인천항에서는 흥아해운이 건물을 매각하고 지분 처분에 나섬에 따라 인천항에서는 사실상 장금상선에 흡수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항은 총 48개항로의 정기선에 130척의 선박이 주55회 기항하고 있으며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1개을 제외하면 인터아시아 물동량이 절대적이다. 흥아해운이 장금상선에 흡수통합될 경우 대대적 선대개편으로 기항하는 선박이 줄거나 항차가 줄어들 경우 인천항의 물동량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거세다.
정부는 당초 4월 양 선사의 합병에 따라 KSP(한국해운연합)의 활성화를 위해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천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상황이다.
부산신항 4부두 PHPNT(PSA·현대부산신항만) 확보를 위한 매매를 위해 지분투자 500억원 가량을 지원했으나 현재까지 인천항에 기항하거나 운영중인 선사 및 물류회사에 대한 지원을 검토대상에 있는지 알려진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국가 해운경쟁력을 위해 지난 4월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이 합병한 것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가 컸지만 현재는 비관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항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천항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