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지난 4월 진주 방화·살인사건은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2016년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작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인천에서만도 3개월 새 관련 사건만 4건 이상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관리대책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조현병은 과거에 정신분열병(증)으로 불리웠던 정신질환으로 사회적 편견과 낙인 찍히는 점 등을 없애고자 2011년 '조현병'으로 변경되었다. 조현병은 망상 등 사고(생각), 환각 등의 지각, 감각, 감정, 행동 등 인격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뇌질환이다.
진단적 증상으로 망상(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환각(환청, 환시 등), 와해된 언어(예, 빈번한 탈선 또는 지리멸렬),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된 행동 및 음성증상(즉 정서적 둔마, 무논리증 또는 무욕증)의 특징적 증상이 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bio-psycho-social)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서 생물학적 원인으로 부족해진 신경전달물질을 약물치료를 통해 보충해주어야 한다.
약물치료가 조현병 치료에 가장 중요한 치료이며 수년간 지속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면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재활치료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드시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서 외래통원치료만 잘 받아도 뚜렷한 호전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염려하는 자해·타해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건 사고가 나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이 아닌지 추측성 보도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적 편견을 가진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더 편견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뉴스에 보도되듯 조현병 환자가 모두 폭력적, 충동적으로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진주 방화·살인사건에서도 보면, 피해망상적 증상이 있어서 피해를 받을까 두려움에 방어적 사고를 갖게 되어 일으킨 사건이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마음이 여리고 피해받고 무시당하고 적절한 자기 방어를 하지 못하는 성격적 성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증정신질환자의 관리체계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 사회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강제입원의 인권문제에 집착한 법개정에서 오는 인재이다. 입원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의 입원절차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입원치료시기를 놓친 결과이다. 진주 사례의 경우에도 68회 치료받았지만 최근 '2년 9개월'간 지속적이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코자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었고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위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을 시킬 수 있었다. 이후 강제입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인권문제로 법개정이 이뤄졌다.
정신보건법 제24조는 2015년 9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고 2017년 5월 30일 '정신보건복지법'으로 개정되었다. 이후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가 인권침해 요인 등으로 더 어려워졌다.

병 의식이 없는 환자는 거부하고, 입원요건에 보호자도 맞지 않고, 강제입원으로 인한 보복의 두려움도 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경찰과 지자체장의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도 쉽지 않다. 더구나 2016년 검찰이 환자를 강제 구금했다고 정신건강의사들을 대거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인해 위축된 진료로 입원시키기를 꺼려한 이유도 있다. 더구나 국공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입원 적법성 평가가 있어야 하니 전국에 국공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그 많은 환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불이익, 보험가입 거부, 사회적 낙인 등의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게 돼서는 안 된다. 조기진단과 지속적 치료가 이뤄지도록 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도, 지역사회재활치료 및 인력보강, 충분한 치료비 지원, 적정한 의료수가 등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정신보건복지법이 다시 개정돼야 한다. 고 임세원 교수의 뜻대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어떠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