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연 易學교실"" 예 지 연 원장

어린시절의 추억

 창문틈으로 밀려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강의실을 서성거리자니 문득 어린시절 시끌벅적하던 청량리역 저잣거리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필자는 제기동서 살았다. 늘 따분한 날이면 삼촌은 날 데리고 청량리역으로 구경나갔다. 청량리는 동대문 일대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으로 여러 종류의 물건을 파는 잡다한 상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갖춰져 있었다.
 꼬마였던 필자를 데리고 자주 거리구경에 나섰던 삼촌은 노점상처럼 늘어선 철학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뒷전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는 걸 즐겼다. 하루는 우산도 없이 청량리역을 나섰다가 소낙비가 내려 급한대로 한 노점상 차양아래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때 한쌍의 남녀가 총총걸음으로 노점상인 철학관 안으로 들어왔다. 비를 피하려고 들어온 건지 사주를 보려고 들어온 건지는 몰라도 그때 그 후줄근하게 생긴 수염이 긴 할아버지는, “당신 둘은 분명 형제인데 그대들이 장차 부모상을 당할 상이요.” 했다.
 그 당시 필자는 단거리 경주를 마친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찼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차츰 두근거리는 맘은 가라앉았고, 흥미로움과 놀라움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대화에 빨려 들어갔다. 내가 보기엔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 마치 연인 아니면 부부같이 보이는 그 둘이 형제임을 안 것도 신기하고 또 장차 부모상을 당하리라는 예측을 하였다는 것도 어린 나로선 놀라웠다.
 “당신 둘이 형제임을 안 것은 두 사람 다 얼굴에 부모상의 기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요. 한 사람도 아니고 둘 다 그런 기색을 띄고 있으니 아버님의 천수가 다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본래 콧등에 흰색이 나타나면 상을 당할 징조고, 식구중에 누가 죽느냐는 얼굴을 부위별로 봐서 부모궁, 부처궁, 형제궁의 안색을 살펴 그곳에 푸른색이나 암회색이 보이면 그 궁에 관련된 육친이 사망한다는 걸 후에 인상학을 배우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참으로 신기했다.
 어쩌면 내 유년시절의 그런 경험의 조각들이 나를 부추겨 역학에 몸담게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867-0342
〈다음·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