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시민과 예술인 모두를 위한 공간 조성에 나섰지만,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상지가 국가 소유, 즉 '남의 땅'으로 한정돼서다.
10일 시에 따르면 시는 권선구 탑동 540-2번지 일대에 도시농업 체험공간과 교육장, 쉼터, 예술인 창작소 등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시농업 체험공간의 경우 4월에 문을 연 '시민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수원시는 시민 주도 농업 활성화를 목표로 이곳 6만여㎡에 텃밭 등이 있는 농장을 만들어 놨다.
텃밭은 약 1500구좌가 있다. 2013~2018년 간 당수동에 있던 시민농장을 옮긴 것으로, 참여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방문객이 몰릴 정도의 명소다.
시의 계획상 연꽃, 청보리,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이 펼쳐진 경관단지와 농업관련 교육센터도 줄줄이 조성된다. 이는 과거 시민농장보다도 큰 규모다.
여기에 문화·예술분야를 접목, '복합 공간'을 만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본계획을 보면, 우선 지역 예술인의 활동공간이 시민농장 인근에 들어선다.
시가 2003년 서울대학교 이전 후 폐쇄된 농생명과학대 실험목장 건물을 창작소·공방·전시장·카페 등으로 구성된 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이다.
앞서 경기도가 서울대 농생대 부지 안 온실, 강의실, 연구동, 기숙사 등을 활용한 '상상캠퍼스'와 비슷한 형태다. 현재 실시설계비 1억원이 시 예산에 반영돼있다.
하지만 시는 이처럼 구상을 해놓고 영 찜찜해하고 있다.
시설 등이 들어설 모든 부지가 자신이 소유한 게 아니다보니 판을 키울수록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탑동 해당 부지(면적 11만9635㎡)는 기획재정부 소유다.
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이곳을 임대한 상태로, 매년 5억7600여만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시민이 텃밭을 분양받는 과정에서 일정 수익이 발생하지만, 전체 사용료에 비교하면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재정여건이 열악해져 사용료를 못 내면 시민 등이 공간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또 개발 등 원인으로 기재부와 계약 연장에 차질을 빚는 상황도 무시하기 어렵다.
시는 한때 해결방안을 고민했으나 시유지가 부족한 한계로 도출은 못했다. 이를 놓고 불합리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시가 영영 소유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보니 좋은 계획을 떠올리고도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아있다"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시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지자체가 국유지를 사용하는 건 매년 사용료를 내야하는 규정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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