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규제만 앞세워 환경은 뒷전
▲ 11일 관광객들이 집단취락지구로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며 음식점이 들어선 인천 장수동 만의골 인근 하천을 지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하천과 한남정맥, 그리고 습지. 인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특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들이다. 인천의 하천 대부분은 그린벨트에서 발원해 시내로 흘러나온다.

인천 녹지축을 상징하는 한남정맥은 그린벨트를 따라 뻗어 있다. 도심에서 습지 기능을 하는 논 역시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규제와 해제 논리에 가려져 그린벨트의 환경적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11일 오전 11시쯤 서구와 계양구 경계 지점인 천주교 인천교구 묘원 주변. 비닐하우스 여러 동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개사육장으로 추정되는 가설건축물 아래 배출구로는 희뿌연 물이 쏟아져 나왔다. 폐수가 흘러든 물길은 인천의 5대 하천인 나진포천의 상류. 농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은 거품과 각종 폐기물로 오염돼 있었다.

인천을 대표하는 생태하천인 장수천 최상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장수천이 발원해 흘러드는 지점인 인천대공원 동문 인근 물길은 한눈에 보기에도 탁한 상태였다. 집단취락지구로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며 우후죽순 음식점이 들어선 만의골 하수가 모이는 지점이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린벨트로 남아있는 군부대 옆으로 승마장도 위치하고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축사에서 나오는 폐수는 공장폐수처럼 처리해야 할 정도로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그린벨트는 인천 물길의 시작점"이라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그린벨트는 하천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랫물만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을 지나는 산줄기인 한남정맥도 그린벨트를 따라 연결된다. 그린벨트 관리는 한남정맥 보전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천연구원은 국립산림과학원 의뢰로 수행한 '도시인접형 정맥 특성화 관리방안' 연구에서 한남정맥 약점과 위협 요인으로 '군사시설로 인한 접근성 차단', '택지 개발 등에 의한 잠식 가능'을 꼽았다.

인천 그린벨트 전체 면적의 20.4%인 14.66㎢는 지자체 환경 관리가 어려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계양테크노밸리 개발 사업은 한남정맥에 걸친 그린벨트 논 습지를 대상으로 한다.

장 위원장은 "인천 그린벨트는 산과 물길을 끼고 습지와 연결되면서 생태 공간으로 기능하는 특성을 지닌다"며 "하천과 녹지 연결성을 고려한 그린벨트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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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그린벨트] 환경부 연구 결과 '2020년 이후 추가해제 말아야' 2020년 이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추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환경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역별로 해제 총량이 주어지면서 그린벨트에 개발이 몰리고, 환경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환경부의 '개발제한구역 환경현황 조사 및 환경성 강화방안 연구'(2018) 보고서를 보면 정책 개선안 첫머리에 "2020년 이후 광역도시계획에서 개발제한구역 조정을 불허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해제 총량을 한꺼번에 부여하는 현재 방식은 개발 가용지가 있음에도 지가가 낮은 개발제한구역만을 해제하는 [기로에 선 그린벨트] 사라져가는 논습지 … 생태축 비뚤어진다 인천의 산림 연결성을 설명하는 'S자 녹지축'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남정맥을 따라 계양산·천마산·원적산·만월산·만수산으로 이어지는 녹지가 S자 형태를 띠면서 붙은 명칭이다. S자 녹지축은 인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분포와 궤를 같이 한다. 물길의 발원지이자 논 습지를 둘러싸는 구간이기도 하다. 인천 녹지의 생태조사에 참여했던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림만 존재해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산림과 물이 있는 논, 하천이 같이 있어야 생물 다양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하천·논의 환경적 가치 그린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