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배어든 장, 간보기도 전에 … 녹아드는 간
▲ '장독집' 실내에는 '인천!!  짠물, 그 달콤한 맛의 자존심'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있다.
▲ '장독집' 실내에는 '인천!! 짠물, 그 달콤한 맛의 자존심'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있다.

 

"국밥을 먹어도 인천의 '장독집'에서 먹는 '장국밥'이 옛날 전통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 위해 1년여 동안 전국의 유명한 국밥집을 다니며 맛을 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장국밥'을 완성했어요."

인천 동춘동 라마다플라자 송도호텔 앞에 있는 장국밥 전문점 '장독집'의 강현구 대표는 인천 맛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고유의 조리방식으로 맛의 기본을 고수하면서 '냉동숙성'이라는 비법까지 더해 독창적인 맛을 내고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醬)은 모든 음식의 기본인 것처럼 5년이상 묵은 '씨앗장'과 천일염으로 간을 하는 '기본'을 지키고 전통방식대로 가마솥으로 국밥 육수를 끓이는데 한번에 360그릇정도를 소의 사골과 소의 볼살, 배추우거지, 무를 넣고 뭉근한 불에서 3시간이상 푹 끓인 뒤 하루동안 식혀서 냉동실에 넣어 얼리지요. 손님상에 올릴 때는 강한 불로 다시 끓이면 우거지가 녹으면서 구수한 맛이 나오게 되지요."

강 대표는 인천에서 태어나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인천을 떠나본 적이 없는 '순수 인천 토박이'다.

"화평동에서 태어나 광성중, 동인천고를 거쳐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군대도 향토사단인 17사단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여행 갈 때를 빼면 인천을 떠나 본적이 없어요."

강 대표의 인천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장독집'에 들어서면 바로 '송도유원지'의 옛날 사진이 걸려 있고 실내에는 인천 곳곳의 옛날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40대 이상의 인천 사람이면 누구나 송도유원지로 소풍 갔던 일 또는 여름방학이면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마음 속 한 곳에 남아 있을 거예요. 언젠가 손님들 3팀이 따로 앉아 장국밥을 드시면서 옛날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은 한 테이블로 합쳐서 '그땐 그랬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을 되돌리는 정겨운 모습을 보았지요. 한번은 강원도에 사는 60살이 넘은 할머니가 자유공원의 맥아더장군 동상 앞에서 친구들 세명과 찍은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거예요. 사진 속의 주인공이 당시 춘천교대 5학년에 다니던 자신이라며 인천에 1박2일로 수학여행 왔다가 찍은 사진인데 이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는 거예요."

강 대표는 '장국밥'을 짜장면, 쫄면에 이어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소박한 꿈을 키우고 있다.

"인천 대표국밥으로 맛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저부터 대를 잇는 음식점으로 남기려 송도 국제도시에 스마트밸리 직영점을 아들에게 맡겨서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는 자세부터 몸에 배게 가르치고 있어요."

21개의 식탁이 4인석, 8인석, 12인석 등으로 구분되어 있고 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자체 주차장도 있다. 032-834-2500




[토박이의 자존심 … 대표맛집 되고픈 '그 집'의 추천메뉴]

▲ 장육쌈
▲ 장육쌈

●장육쌈
'장육쌈'은 강현구 대표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기에 야채를 싸서 먹는 새로운 식감을 만들어 낸 '장독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장육쌈'의 고기는 소의 볼살이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에 볼살의 움직임이 많아서 육질이 탄력이 있으면서 부드럽다. '장육쌈' 고기는 두께가 중요하다. 너무 두꺼우면 야채를 싸기가 어렵고 너무 얇으면 잘 찢어지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3㎜, 2㎜, 0.5㎜ 등 수많은 실험끝에 1㎜로 답을 찾았다. 1㎜로 썰어 삶아내면 기름기 등이 빠져 실제로는 0.8㎜정도 되는데 고기의 육질을 유지하면서 쌈의 역할을 하기에 최적이다. '장육쌈'은 넓은 접시에 '장독집'만의 비법이 담긴 과일 소스를 자박하게 붓고 볼살을 큼직하게 썰어 깔아놓은 뒤 양배추, 적채, 부추, 양파와 계절야채를 수북하게 쌓아 나온다. 볼살이 소스에 살짝 적셔진 상태라 야채를 싸서 그냥 먹어도 좋지만 취향에 따라 고추냉이를 조금 찍어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고기가 질기지 않아 아이들과 어르신도 좋아한다.

▲ 장국밥
▲ 장국밥

●장국밥
'장독집'의 비법인 '냉동숙성'에 따라 고기와 우거지가 푹 익혀서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장점이다. '장독집'의 자부심이 담긴 대표음식으로 국물은 무가 시원한 맛을 내며 양파는 특유의 달큰한 맛을 낸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서 나오는 '장국밥'은 고기 한점에 우거지 한 잎, 무 하나를 먼저 맛보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배도 든든해지고 마음도 든든해진다'는 강 대표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개운하면서 진한 국물은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장독집'의 기본반찬은 국밥의 맛을 좌우한다는 깍두기와 김치에 무말랭이 무침과 양파고추장아찌도 별미를 더한다.

▲ 도토리전
▲ 도토리전

●도토리전
그냥 도토리전이 아니라 흔하게 볼 수 있는 채소들을 넣어서 부친 도토리야재전이다. 해물전이나 파전처럼 두툼하지 않아 먹기 좋고 겉은 바삭하게 익혀져 있고 속은 촉촉한 맛이다. 기름을 두르고 부쳐냈기 때문에 끄트머리부터 먹으면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약간의 심심함으로 짠맛이 도드라지지 않게 적당하게 간이 되어있다. 취향에 따라 양념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 수수부꾸미
▲ 수수부꾸미

●수수부꾸미
수수부꾸미는 찹쌀가루와 찰수수가루를 점성을 높이기 위해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익반죽한 다음 둥글납작하게 빚은 반죽에 통단팥을 넣은 뒤 반달모양으로 접어 기름에 지진 떡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엔 포슬포슬한 팥고명이 들어있어 어르신들이 옛날 시골장터에서 먹던 맛이라고 인정해준 수수부꾸미는 단 음식을 꺼리는 사람도 한 입 먹어보고 계속 찾는 고소하고 건강한 단맛으로 디저트로 그만이다.

 

▲ 차부회 인천시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이 장국밥과 장육쌈으로 유명한 '장독집'을 찾았다.
▲ 차부회 인천시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이 장국밥과 장육쌈으로 유명한 '장독집'을 찾았다.

 

[차부회 인천시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이 찾은 '장독집']
"대를 이어가는 전통의 맛 무형문화재와 똑 닮았네요"

"인천의 무형문화재를 보전하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영상이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중요한데 인천시는 1년에 1종목만 진행하고 있어요. 무형문화재 특성상 보유자들이 연로하신 분들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워요."

차부회 인천시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이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장국밥과 장육쌈 전문음식점 '장독집'을 찾아 무형문화재 현안과 국밥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시무형문화재는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궁시장, 은율탈춤 등 국가지정문화재 6개 종목과 인천근해 갯가노래 뱃노래, 삼현육각, 단소장 등 인천시지정문화재 28개 종목을 합쳐 모두 34개 종목이 있어요. 최근 서해안 배연신굿 보유자인 김금화 선생님이 작고하신 것처럼 연로하신 보유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서둘러 보존 작업과 함께 맥이 끊기지 않도록 전수자나 이수자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지요."

지난해 1월 취임한 차 이사장은 인천무형문화재 상설 공연 및 작품전시와 시연 등 정기적인 행사를 이어오고 있고 문학도호부청사 위탁운영도 공모를 통해 2021년까지 연장됐지만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관리와 운영에 대한 부분은 관련 조례가 없어 위탁받지 못하고 있어 아직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든 시설이나 공간은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알거든요. 저희가 관리하고 운영하게 되면 전수, 강의, 체험교육 등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나아질거라고 생각해요."

은율탈춤 보유자이기도 한 차 이사장은 최근 강릉단오제에 초청받아 다녀오고 강화에서 열린 '평화의 섬' 선포식에서도 공연을 하는 등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6월에만 3주연속 공연을 하는 등 매달 1회이상은 인천이든 지방이든 공연을 하고 있지요. 다음달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세계탈춤축제에 참가를 추진하고 있고 8월초에는 전수자 합숙교육을 계획중이고 9월에는 부평문화사랑방과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기획공연이 예정돼있어요."

차 이사장은 중구 내동 내리교회 옆에 있는 집에서 태어난 뒤 지금까지 60년 동안 살고 있는 그야말로 진짜 인천 토박이다.

"아내와 결혼식도 신신예식장에서 올렸고 피로연도 경인면옥에서 했어요. 은율탈춤 이수자인 아들과 딸하고 제가 태어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복받은 사람이라고 감사하고 있지요."

평소 공연이나 행사 때문에 지방에 갈 때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밥은 꼭 먹는 '국밥 매니아'라는 차 이사장은 "음식이나 요리도 독창적인 비법으로 맛을 내고 또는 대를 이어 계승하는 점 등 무형문화재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장독집'의 '장국밥'은 이 집 사장님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통방식에 맞춰 개발했다고 들었는데 젊었을 때 먹던 맛 그대로여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국밥의 무형문화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거에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