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민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스포츠 산업을 스포츠 이벤트와 관련 지어 생각해 보면 '짝수 해 효과'가 두드러진다. 이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짝수 해에 개최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9년은 홀수 해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5월과 6월에는 스포츠팬들에게는 흥밋거리가 충분한 시기인 듯하다.
특히 지난 5월 내내 류현진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Major League Baseball, MLB)에서 등판하는 경기마다 엄청난 실력을 뽐내며 리그를 호령하고 있고, 지난 주말,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 이후 36년 만에 청소년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대한민국 U-20(20세 이하) 국가대표 축구팀도 전 세계 스포츠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숨죽이며 보다가 숨 넘어 갈 뻔한 날'이었다. 90분 정규시간이 지나고 추가시간이 무려 9분이나 주어졌을 정도로 정규시간 내내 치열한 공방을 펼쳤고,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였다. 아울러 비디오 판독(Video Assistant Referee, VAR)도 여러 차례 실시되고, 이에 따라 판정결과도 여러 번 번복되는 '심판의 날'이었다.

이런 긴장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나면 내 심장이 너무 혹사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스포츠 현장에는 '급성심정지'에 대한 위험이 늘 존재한다. 실제로 급성심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10대 장소들 중 스포츠 경기장,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수영장 등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스페인 월드컵 우승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클럽 소속팀 연습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운이 좋게도 카시야스의 경우 축구 클럽에서 고용한 의료전문가가 훈련 현장에 있었고,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만약 박빙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여러분이 주변에서 급성심정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낯선 사람을 돕는 것은 도덕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행동이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척이나 커다란 심적 부담이 따르며 순간판단력과 결단력도 필요하다.
학교나 스포츠 단체 등에서도 응급조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심폐소생술 등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실제 응급조치를 통해 생명을 구한 사례들도 방송 매체 등을 통해 교육의 효과성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위대한 위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응급상황에서 행한 선의의 행동이 때로는 위법의 행동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위대한 위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2008년부터 '선한(착한) 사마리안 법'이라고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선한 사마리안 법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다가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상 참작 또는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즉, 위험감소이론을 적용해 죽을 위기에 있는 사람을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혔을 경우에도 '고의성'과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 및 처치로 인해 응급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처벌이 감경됨을 강조하지만, 이 부분이 애매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즉, 이 법조항 자체만 믿고 응급의료조치를 했다가 구조상황 자체가 응급조치가 없으면 사망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이거나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위급한 응급환자의 경우임을 확실하게 증명하지 못했을 경우 면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허점이 있다.
아울러 선의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동의 없이 몸을 만졌다거나, 가슴을 너무 아프게 눌렀다는 등의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비상식적 결론에 휘말리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확실한 면책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소송자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하는 미흡함을 간과할 수 없다.

당연히 선한 사마리안 법이 의료법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운이 좋게도 응급상황 현장에 자격을 갖춘 응급의료인들이 있다면 그들은 의료법에 의거하여 응급의료행위를 실시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다만 응급의료인이 없다는 전제하에 면책조항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상태에서 '나'라면 또 '당신'이라면 비단 교육을 받았다 할지라도 아무 걱정 없이 응급구조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이는 훌륭하고 지속적인 응급조치 교육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면책에 대한 믿음이 더 큰 장애물인 듯하다.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선의의 시도 자체'가 무엇과도 비교해 값진 가치를 가지고 우선시 될 수 있도록 법의 확실한 지지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