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경기 북부취재본부차장

2008년 환경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경기도민 81명이 1997년부터 석면 노출로 악성 중피종(폐·위장관 막에 생기는 암)에 걸려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 서울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경기도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도와 일선 시·군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2017년 또 다시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석면 피해자로 인정된 시민들의 지역별 주거지를 확인했더니, 경기도에만 360명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석면 슬레이트 주택에 거주했다. 일부는 석면 공장이나 석면 주택 인근에 살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또 다시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석면 시설물 철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석면의 위험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뒤 지금까지 철거한 경기도 내 석면 슬레이트 주택은 고작 1만186동뿐이다.

아직까지 철거하지 못한 석면 슬레이트 주택은 무려 4만2650동(2019년 5월 기준)에 이른다. 대다수가 1960~1970년대에 지은 건물이다.
지역별로는 용인시가 5488동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양평군 4711동, 연천군 3939동, 파주시 3638동, 안성시 2506동, 남양주시 1926동 순이다.
주택 1동을 철거하는 비용은 336만원이다. 올해 도는 일선 시·군과 1600동가량을 철거할 예정이다.
4만2650동을 모두 없애려면 무려 27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때까지 도민들이 암 발병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주택 외에도 도내엔 석면이 포함된 창고, 공장, 축사, 기타 시설물이 수만여 동이나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석면 슬레이트는 삼겹살을 구워먹던 추억의 물건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석면의 공포를 또 다시 잊으면 안 된다. 철거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