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읽기] 도시를 캔버스로…경기도 공공미술
[경기문화읽기] 도시를 캔버스로…경기도 공공미술
  • 박혜림
  • 승인 2019.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저 그런 다리 기둥, 이젠 색깔 있는 예술 작품
▲ 동두천 기지촌 고가다리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그래피티 작품.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안산 반월공단 내 STX 에너지 축열조에 작업한 강익중 작가의 작품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부천테크노파크 내 휴게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당신의 꽃입니다'와 조민석 작가의 '꽃방석'.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부천테크노파크 구내식당으로 이어진 벽면에 그려진 김형관 작가의 '달리는 파사드'.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오이도 방조제 벽면을 따라 구헌주·유승백 작가가 그려넣은 벽화.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회색빛 반월공단 건물 활기 불어넣고

부천테크노파크 공장 시설 인식 개선
동두천·시흥 등 지역 랜드마크 역할


뿌연 연기를 내뿜는 산업단지의 벽면에 예술 작품이 그려지고, 도시 한가운데 들어선 아파트형공장의 야외 공간에는 조형물이 놓여진다. 삭막한 도심의 풍경들이 공공미술을 만나자 도심에는 예술적 활기가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항 일대에 들어선 대형콘크리트 곡물저장고에 그려진 벽화가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벽화로 기네스에 오르며 '공공미술'이 주목받고 있다. 캔버스가 된 공장, 거대한 갤러리가 된 도심, 공공미술로 도시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경기도 현장을 살펴본다.

확대되는 공공미술 영역
공공미술은 지역사회를 위해 제작되고 지역사회가 소유하는 미술을 의미한다. 즉 도심 벽화나 환경조형 등 대중들이 공유하는 의미의 예술 작품들을 공공미술로 정의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미술의 의미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담은 작품을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지역의 이념이나 가치관을 대변하는 장치가 공공미술이 되기도 한다. 전통적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장소와 관련시켜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는 데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 보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 등이 가능한 이유다.

국내에서는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가 의무화되면서 공공미술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건축물 미술작품 장식제도는 국가와 지자체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건축에 대해 그 건축비용의 10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등의 미술 장식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예술이 흐르는 공단 반월단지
지난 2011년부터 '예술이 흐르는 공단'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은 첫번째 프로젝트로 안산 반월공단 내 STX에너지 반월발전소, 해성아이다, 대한약품 등 3개의 업체에 예술적 활기를 불어넣었다.

STX에너지 반월발전소 내 지름 20m의 대형 축열조에는 강익중 작가의 한글 큐브 작품이 새겨져 있다. 작품명은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이다. 강 작가는 불꽃이 일렁이는 화력발전소의 깊은 물이 이루어 내는 세계에 대한 상상과 그 과정을 통해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우리네 삶의 모습을 대신한다는 의미를 작품에 담아냈다.

기업체 해성아이디의 벽면에는 홍현숙, 이주호 작가의 '안녕하세요?'가 장식됐다. 이 작품은 근로자,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직접적 참여가 이뤄졌다. 근로자들이 그린 그림을 수집해 알루미늄 철판에 새긴 후 컬러 코팅을 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작가들은 직접 안산공단의 공장을 누비며 50여 개국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림을 요청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회사 사장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베트남의 오래된 시와 가요의 구절을 쓰거나 동티모르의 지도를 새기기도 했다. 또 고향과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한약품의 벽면에는 박미나 작가의 작품 'Health'가 그려졌다. 박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딩벳폰트(글자를 그림으로 치환한 컴퓨터 이미지)가 등장한다. 제약과 관련된 내용의 딩벳폰트들이 파스텔톤의 색감과 모던한 느낌을 강조한 건물들과 잘 어우러진다.

예술이 휴식공간 된 부천테크노파크
안산 반월공단에 이어 경기문화재단은 부천테크노파크에서 두 번째 '예술이 흐르는 공단'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대표적인 국내 1세대 아파트형 공장인 부천테크노파크 내 야외 필로티에는 각종 산업 재료들에서 나온 고철을 이어 붙여 꽃을 형상화 한 최정화 작가의 '당신의 꽃입니다' 조형물이 설치됐다. 건축가 조민석은 최 작가의 꽃 작품을 받치는 좌대이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꽃 방석'으로 불리는 조 작가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의 이질감과 과감한 재료의 혼성이 결합된 현대산업도시를 상징하는 것으로 최 작가의 작품과 잘 어우러졌다. 구내식당으로 이어지는 1단지 지하통로 벽면에는 김형관의 '달리는 파사드'가 비비드한 색상으로 장식됐다. 파사드의 도상들을 패턴화한 이미지와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겹겹의 색채와 무늬가 교차, 중첩 분리된 변용을 통해 개발시대의 속도감과 역동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여러 색채를 지니고 무늬를 가진 공간이 장소의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속도와 시간이 교차하는 새로운 자생적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 대중들은 공장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를 거두고, 공단 내 노동자들은 문화향유 기회 확대로 근로 환경의 혁신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지역별 특색 살린 공공미술
공공미술의 영역은 공단을 벗어나 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까지 확대됐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회화, 설치, 조각, 건축, 미디어, 그래피티 아트,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문화적 접근법을 통해 지역별로 공공미술을 특색있게 표현했다. 동두천시 '기지촌', 시흥시 '오이도 빨간 등대', 파주시 '임진강',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화성시 '전곡항 요트' 등 지역의 상징물들이 공공미술과 더해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두천 보산동과 생연동 일대 기지촌에는 힙합을 위한 인테리어를 주제로 동네 벽면과 고가다리 기둥 등에 그래피티 작업이 됐다. 주한 미군들이 주둔하는 동두천 일대의 지역성을 반영해 미군들의 힙합문화를 가미한 그래피티가 공공미술로 활용됐다. 빨간 등대로 상징되는 오이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공공예술화와 더불어 대중성을 확보하는 시도를 진행해왔다. 구헌주, 유승백 등의 작가가 참여한 방조제 벽면 작업에는 신화적 요소 또는 오이도를 터전 삼은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졌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지역 주민의 동의 서명을 얻어 결과물을 만들어낸 프로젝트인 만큼 공공미술의 취지가 돋보이는 장소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