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은 이 거리, 손님 맞는 나날이 축제였음을

 

▲ 지난 8일 열린 '2019 배다리 책 피움 한마당' 축제에 참석한 배다리 책방 방주들. 왼쪽부터 장솔비, 권은숙, 장덕윤, 장원혁, 곽현숙, 오광용씨.


배다리 책방거리에 '2019 배다리 책 피움 한마당' 이라는 명제로 6월8일 작은 축제가 열렸다. 그동안 배다리 축제는 있었지만, 책방들이 주체가 된 축제는 처음이다. 인천시에서 마을 기획가이며 나비날다 책방 방주를 통해서 제안해왔고 서점들이 합의해서 열린 축제였다.

배다리에는 여섯 서점이 있다. 홍보지에 각 책방 지기들이 쓴 서점 소개 글들이 변해가는 배다리 책방 거리를 대변하기에 옮겨본다.

'나비 날다' 권은숙씨,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역문화 거점 공유 공간으로 고양이책, 페미니즘 책들을 소개하고 사람과 공간을 잇는 문화 창작 실험실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가 손님을 맞는 서점입니다. 책방 손님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손님 같은 아늑한 방입니다."

모갈 1호 장덕윤씨, 김주환님이 1969년에 시작한 대창서림을 2018년에 이어 받았다.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공간으로 나아가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예술과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스스로 위축되는 상태를 벗어나 자기 서사를 튼튼하게 하는 치유는 마음속 거인을 움직이게 하니까요."

"광명서점 김용우 선생 도움으로 46년 된 아벨은, 오픈매장 자체가 새로움을 찾아 들어서는 책 손들의 눈 맞춤에 자유로운 공간으로, 어느 길로도 들어설 수 있는 우주 세계의 통로라는 인식이, 세월만큼이나 깊어 갑니다. 살아 있는 글들이 살아있는 가슴으로 흐르듯 말입니다."

1955년 장경환 어른이 시작한 한미서점 2대 장원혁씨 "긴 연한의 이야기가 흐르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방도 수공으로 가꾸어가고 있지만, 기술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사회를 치유하는, 책이 중심이 된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살뜰히 채워가고 있습니다."

삼성 서림은 이진규님이 1969년에 시작하여 2014년 가을에 그대로 삼성으로 이어받은 오광용씨, 음악을 좋아하는 주인 덕에 옛 레코드판이 늘 돌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들을 펼쳐보면서 음악과 함께 잠시 쉼을 얻어 가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책방 커넥더닷츠 장솔비씨, 배다리 인천 문화 양조장 2층에 위치한 책방 "독립출판물과 일반 단행본, 그리고 헌책들에서 정성껏 선별된 책을 구비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가벼운 책들도 소개하며 판매합니다. 모든 작은 순간들이 의미 있는 선이 되길 바라며 지은 상호입니다."

배다리 책방지기들의 말속엔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 소망으로 책방마다 파란 불이 한들거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문제와 답을 안고 있는 책방 안에 사는 지기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서로의 속내를 알아갈 기회는 없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서로를 드러내 우리가 책방을 열어가는 나날들이 축제였었다는 사실을 공감하며 서로의 수고를 향해 웃는다.

70년이 넘는 책방거리의 역사! 책 만지는 일에 하루하루를 묵묵히 이어온 손길들에 흐르던 책들의 정신이 오늘의 책방거리에 꾸역꾸역 서린다. 자식들 입에 밥 넣어주고, 가르쳐 사람 길 닦아주려고 땀내 나는 돈을 내어 책값을 주던 어미 아비들, 그 성심이 책방거리를 인문의 광장으로 고여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70년 인생길에서 가슴 벅차게 바라본다.

축제를 여는 마당에 박남춘 시장이 참석해 삶의 맥을 돋우는 살아있는 축제를 선언하고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인천을 살리고 뛰게 하는 심장이 될 것입니다'라는 서명도 했다.
자작자작 인천에 살고 또 살아갈 이들의 염원이 배다리 책방거리에서 파란 불을 켠다. 동구의 현안들이 해결될 때 인천의 심장은 제힘을 쓸 것이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