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발간한 '정치적 행태'에서 정치 헌금자를 지칭한 '살찐 고양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현재는 노동자들과 수익을 나누지 않고 많은 보수를 챙기는 일부 자본가를 비꼬는 말로 쓰인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양극화의 처방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꺼내들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는 소득양극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가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금 상한선을 제한한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시의회 민주당 김문기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는 산하 공공기관장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7배(1억4600만여원)로, 임원은 6배(1억2600만여원)로 제한했다. 이 조례는 지난 8일 광역의회 최초로 공포돼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최근 경기도의회 이혜원(정의당·비례) 도의원도 일명 '살찐 고양이' 조례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조례제정 여부와 상관없이 뜨거운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조례를 근거로 상한선이 최저임금의 7배에 해당하는 도내 산하기관장은 경기신용보증재단과 킨텍스, 경기도의료원 대표 등이다. 하지만 '살찐고양이' 조례를 놓고 공공기관의 경쟁력 약화와 자율성 침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고액 연봉 산하기관장은 전문성 등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이다.

산하기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연봉 상한선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최저임금 기준으로 제한을 둘 경우 전문가를 선임하기 어렵고, 오히려 정치인 낙하산으로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게 산하기관측의 입장이다. 일명 '살찐 고양이'조례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양극화의 처방으로 고액 연봉자들의 임금을 낮춰 그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면 그만한 정책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의 고액임금 제한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소득양극화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과의 소득차이 문제 등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부산시의회도 조례 통과 이후 재의가 요구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경기도의회는 공공기관장 임금 상한선 적용 조례 제정에 앞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