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경계에 사는 사람들 "같은 '인천광역시'인데 1970년대 멈춰버린 마을"

 

인천 남동구 만수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사는 김신혜(75)씨는 양계장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늙어서 농사도 짓지 못하는데 땅값은 안 오르고 세금에 허덕이는 신세"다. 원래 장수동에 살았지만 개발에 밀려났다.

김씨는 "상수도도 안 들어와서 옆 식당에서 물을 길어다 쓰거나 사서 먹는다"며 "그린벨트에서 사는 처지가 다 이렇다. 풀어주지 않을 거라면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도시 경계를 따라 지정돼 있다.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도시 연담화 방지'이기 때문이다. 연담화는 도시가 팽창해 주변 중소도시와 달라붙는 현상을 뜻한다.

인천 그린벨트가 남동구와 계양구에 쏠려 있는 현상도 이런 이유다. 남동구와 계양구 그린벨트는 서울시·경기도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도시 사이의 지리적 경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행정적 경계. 그린벨트로 묶인 경계에도 사람은 산다. 9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올 4월 기준 6개 구 71.81㎢ 면적 그린벨트에 764가구 1606명이 살고 있다. 인천 행정구역 면적에서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21.65%지만, 그린벨트 거주자는 전체 인구의 0.05%에 불과하다.

경계와 소수, 이 같은 그린벨트의 특성은 소외와 배제로 이어진다. 그린벨트 주민들은 그들의 삶터를 '1970년대에서 멈춰버린 마을'이라 부른다.

계양구 계양1동에 사는 오인미(53)씨는 "인구수가 적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여기도 같은 광역시인데 혜택도 없이 그린벨트로 묶여서 제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시행된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주민지원사업'이란 항목이 담겼다. 그린벨트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지원책이다. 하지만 주민지원사업이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어 보이진 않는다. ▶관련기사 19면

사업 대부분은 도로 개설 공사에 쏠려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지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총 3071건 주민지원사업에 1조191억원이 투입됐다. 생활 편익 사업이 2583건(84.1%), 7932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이어 환경·문화 294건(9.6%), 복지 증진 96건(3.1%), 소득 증대 58건(1.9%) 순이다. 생활 편익 세부 사업을 보면 '도로 개설' 비중이 전체 2583건 중 1284건(50%)이다.

'2021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은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소득증대사업 발굴, 주민 수요를 반영한 사업 개발 등 다양한 사업 유형을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진단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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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그린벨트] 재산권 침해받은 주민에게 돌아온 건 '도로'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주민지원사업은 지난 20년간 사실상 '도로 개설 지원사업'으로 전락했다. 재산권 침해를 받는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주민지원사업은 도로 등 생활 편익 사업뿐 아니라 마을회관 등을 짓는 복지 증진, 공동 작업장 등을 통한 소득 증대, 주택 개량, 환경·문화 등의 분야까지 아우른다. 연구조사와 생활비용 보조도 포함돼 있다. 9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주민지원사업 14건 가운데 10건이 생활 편익 사업이었다. 나머지 4건만 환경·문화 분야다. 생활 편익 세부 사업 역시 [기로에 선 그린벨트] 진정한 주민지원사업은 보상 아닌 '관리' 이영래(74)씨는 20년지기 친구의 땅을 관리해주고 있다. 인천 연수구 선학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5000㎡ 규모 주말농장이다. 주말농장을 하기 전 토지 소유주는 땅 전체를 10년 넘게 개인에게 임대했지만, 임차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땅은 풀밭이 돼 버렸다. 결국 올해부터 임대를 종료하고 주말농장으로 꾸몄다. 하지만 그린벨트라고 해서 특별한 지원은 없다. 이씨는 "농업용 폐비닐도 수급하는 곳에 직접 가져다줘야 하고 지하수도 관정을 파서 양수기로 끌어쓰고 있다"며 "이런 거라도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농촌이 아니다 보니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