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사태 계기로 '전면 개편' 목소리

20년간 인천지역에서 '묻지마 징수'의 대명사가 돼버린 물이용부담금제가 서구 붉은 수돗물 공급 사태를 계기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강 상수원 보호'란 틀에 갇혀 한강 상류지역에 편중된 부담금 사용처를 인천 등 하류지역으로 확대해 물 공급 체계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3면

9일 인천시에 따르면 물이용부담금제는 한강 상수원 수질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된 제도다. 납세 대상은 한강 하류에 있는 인천과 서울, 경기 일부 지역이다.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 한강수계관리기금은 수질 개선과 함께 강원·충북 등 한강 상류 주민 지원 사업에도 쓰인다.

인천시민은 지난해 567억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했다. 2306억원의 수도요금을 내고도 500억원대 물 관련 세금을 추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요금 외 물이용부담금을 왜 더 내야 하는지', '부담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등 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묻지마 징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시와 서울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이용부담금제 운용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그러면서 물이용부담금을 현재 t당 170원에서 150원으로 낮춰줄 것을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 요구한 바 있다.

한강수계관리위는 5개 시·도(인천·서울·경기·강원·충북)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됐으며, 사실상 환경부가 주도해오고 있다.

한강수계관리위는 인천시의 부담금 인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대신 굴포천 유지용수 공급 사업과 부평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사업 등 인천지역 물 공급시설 개선 사업에 기금 지원을 허락해왔다.

그러나 지원 규모는 50여억원으로 인천시민이 내는 부담금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인천이 지원받을 수 없는 기금이지만 장기간 협의를 거친 끝에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며 "궁극적으론 인천시민의 부담을 낮추는 게 목적인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이용부담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 사실도 드러난 상태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 공개한 '환경부 기관 운영 감사보고서'에선 한강유역환경청이 매입 대상이 아닌 토지를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사들이는 등 186억원의 기금이 잘못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혜자 인천 물과 미래 대표는 "한강수계관리기금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돈으로 환경부의 쌈짓돈이란 비판이 있어 왔다"며 "인천시민이 납부한 부담금이 시민을 위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물이용부담금제의 정식 조세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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