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우선순위 최하위인 기반시설에 쏠려
"의견 듣고 지역특성 고려를"
▲ 그린벨트만의 특화된 주민지원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 계양구 둑실동 그린벨트에서 농민들이 밭일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주민지원사업은 지난 20년간 사실상 '도로 개설 지원사업'으로 전락했다. 재산권 침해를 받는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주민지원사업은 도로 등 생활 편익 사업뿐 아니라 마을회관 등을 짓는 복지 증진, 공동 작업장 등을 통한 소득 증대, 주택 개량, 환경·문화 등의 분야까지 아우른다. 연구조사와 생활비용 보조도 포함돼 있다.

9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주민지원사업 14건 가운데 10건이 생활 편익 사업이었다. 나머지 4건만 환경·문화 분야다. 생활 편익 세부 사업 역시 10건 중 8건이 도로 개설에 쏠려 있고 금액도 가장 크다.

올해 시 도시균형계획국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5건(33억9400만원)의 주민지원사업 가운데 계양산 산림욕장 조성(10억원)을 제외하면 4건은 도로 개설 또는 확장이다. 시가 최근 작성한 '2020년 주민지원사업계획서' 역시 "도로·주차장 등 도시기반시설 구축, 원활한 교통 환경 제공"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보면 주민지원사업 우선순위 선정 기준이 있다. 1~4순위로 나뉜 이 기준에서 '도로 등 선형시설'은 우선도가 가장 낮은 4순위다. 그럼에도 도로 개설·확장이 주민지원사업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린벨트 주민 삶터가 그간 도로조차 없이 버려진 경계의 땅이었다는 뜻이다.

생활 편익 시설로 구분되는 도로·상하수도 등도 시민이 거주하는 곳이라면 지자체가 도시계획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할 기반시설물이다. 그린벨트 주민 삶을 뒷받침하는 주민지원사업비가 쓰일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감안한 사업을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정책 초점이 '규제'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기반시설에 주민지원사업비를 쏟아 붓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각종 제한으로 그간 방치됐던 그린벨트 기반시설이 피해 보상 차원인 주민지원사업비로 다시 메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도 2017년 국토교통부 의뢰로 수행한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수행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일자리·소득 창출과 연계되고 거주민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업 유형 발굴"을 강조하면서도 "아직도 상당 기간 지원이 필요한 도로, 소하천 및 교량, 상하수도 등 생활 편익 사업에 대한 지자체 집단취락 실태조사와 기반시설 정비사업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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