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래(74)씨는 20년지기 친구의 땅을 관리해주고 있다. 인천 연수구 선학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5000㎡ 규모 주말농장이다.
주말농장을 하기 전 토지 소유주는 땅 전체를 10년 넘게 개인에게 임대했지만, 임차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땅은 풀밭이 돼 버렸다. 결국 올해부터 임대를 종료하고 주말농장으로 꾸몄다.

하지만 그린벨트라고 해서 특별한 지원은 없다. 이씨는 "농업용 폐비닐도 수급하는 곳에 직접 가져다줘야 하고 지하수도 관정을 파서 양수기로 끌어쓰고 있다"며 "이런 거라도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농촌이 아니다 보니 지원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에서 '주민지원사업비'가 어떻게 쓰여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규제에 대한 단순 보상이 아닌 그린벨트 '관리'를 위한 비용으로 쓰이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그린벨트 주민지원사업 흐름도 이와 같다. 1905년 도시 외곽에 녹색순환지대를 만든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는 주민지원사업으로 녹지 관리와 거주민 소득 증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다. 국토연구원의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 사업수행연구'(2017) 결과를 보면 비엔나는 주민지원사업으로 로컬푸드와 에코푸드 생산을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아이들과 가족 대상 1일 농부 프로그램도 주민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그린벨트 거주민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공동텃밭과 주말농장이 이 같은 교류의 밑바탕이 된다.

영국 런던 엔필드(Enfield) 역시 농업에 기초에 둔 주민지원사업을 펴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엔필드는 그린벨트 농업 장려 차원에서 거주 농민에게 혜택을 준다. 농민과 유통업자, 대규모 기업이 협력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로컬푸드를 지원하는 것이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경관 관리 정책도 추진된다.

국토연구원은 "런던과 오스트리아 개발제한구역은 여가·휴식 공간으로 적극 이용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주민지원사업을 발굴하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성 있는 사업을 추진해 지속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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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그린벨트] 1606명 '소수'는 자연스럽게 '소외'됐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사는 김신혜(75)씨는 양계장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늙어서 농사도 짓지 못하는데 땅값은 안 오르고 세금에 허덕이는 신세"다. 원래 장수동에 살았지만 개발에 밀려났다.김씨는 "상수도도 안 들어와서 옆 식당에서 물을 길어다 쓰거나 사서 먹는다"며 "그린벨트에서 사는 처지가 다 이렇다. 풀어주지 않을 거라면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린벨트는 도시 경계를 따라 지정돼 있다.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도시 연담화 방지'이기 때문이다. 연담화는 도시가 팽창해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