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칼럼] 내실 경제로 국민의 믿음과 신뢰 쌓아야
[홍재경 칼럼] 내실 경제로 국민의 믿음과 신뢰 쌓아야
  • 홍재경
  • 승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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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010년 6·2 인천시장 선거. 3선 연임에 도전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는 투표 20여일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경쟁 후보보다 8% 가까이 앞섰다. 안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큰 이변 없이 그대로 간다면 3선 고지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전세가 급변했다. 가장 강력한 상대인 민주당의 송영길 후보가 치고 올라오면서 초박빙의 승부로 바뀌었다. 결국 52.2%를 득표한 송 후보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당시 송 후보는 인천시 재정 위기론으로 현직 시장이던 안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안 시장 재임 8년 동안 빚이 4배나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인천시 빚 7조원'이 선거 운동 구호였다.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민들이 인천시가 안고 있는 빚이 7조원이나 된다는 소리에 놀라며 등을 돌렸다. 결국 재정위기론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한 것이다


4년 뒤 치러진 2014년 6·4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송영길 시장이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방어전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유정복 후보에게 패하면서 시장직을 내놔야만 했다. 유 후보는 4년 전 송 시장이 했던 것처럼 인천시의 재정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송 시장 취임 초 7조원이던 인천시 빚이 4년만에 13조원으로 늘어났다고 공세를 펼쳤다. 유 후보는 인천시 재정 건정성과 늘어난 빚을 선거전의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4년만에 입장이 뒤바뀐 송 후보는 재정 상태가 나아지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타날거라고 했지만 떠나는 표심을 잡지는 못했다. 송 후보에게 인천시장 당선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던 인천시 빚이 4년만에 부메랑이 돼 재선으로 가는 길에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치러진 6·13 인천시장 선거는 '문풍'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독주끝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시의 재정 문제는 선거전 핵심에서 빠지지 않았다. 유정복 후보는 4년 동안 3조원 넘는 빚을 갚는 등 재정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도전자 박 후보는 재정여건이 좋은 상태에서 3조 채무 상환은 치적이 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최근 10년 동안 3차례 치러진 인천시장 선거에서 시의 빚 문제는 항상 핵심 쟁점이 되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후보들은 인천시 빚에 울고 웃었다. 시민들은 그 동안 시장을 뽑는데 시의 살림을 얼마큼 잘했고 잘할 수 있느냐를 보고 선택을 했던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나라 빚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40%안팎에서 관리하는 근거가 뭐냐"면서 "고용안전망 강화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했다. 나랏빚이 늘어나더라도 고용 확대 등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자고 주문한 것이다. 가정에서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을 늘리면 빚은 늘어나게 된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재정 지출만 확대하면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 대비 채무)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40%를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무리한 재정 지출 확대를 자제했다.

올해 초 기재부가 예상한 우리나라 예상 국가채무비율은 39.5%이다. 그동안 지켜오던 균형 재정 기조를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주문이 있은 2주 뒤인 지난달 말 국가 재정 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이번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나면 (국가채무비율) 40%가 조금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국가채무비율 40%선이 무너져도 대통령의 주문대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 맨 긴축 재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고용절벽을 해소하고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데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면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있다.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최소한의 균형 재정 구조는 유지돼야 하며 포퓰리즘적 재정 지출은 안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40%가 넘는다. 세계경제 변화에 민감해 지구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미풍에도 흔들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약한지를 체험했다. 양대 경제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나라 6번째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지면서 경상수지가 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나라가 안팎으로 위기다.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경제전쟁 중이다. 언제 어디에서 경제총탄이 날아올지 모른다. 경제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 눈앞의 달콤함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된다. 든든한 나라 곳간, 내실 있는 경제로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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