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90년대 중반 미국 LA에 도착하여 텍사스의 휴스턴으로 갈 때 사우스웨스트항공(SWA)에 탑승한 적이 있었다. 비행도중 기내식은 물론 음료 서비스도 없는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LCC)였다. 기내 서비스를 대폭 줄이고 항공권도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판매하며 항공기 기종을 단순화하고 유지관리비를 절감하여 기존 대형 항공사에 비해 70% 이하의 항공권을 제공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비약적인 발전과 성공에 이어 유럽에서는 1991년에 라이언에어, 아시아에서는 2001년 에어아시아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처음 취항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속속 저비용항공사가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나라마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항공시장을 저가를 무기로 파고드는 전략이 근년까지 주효했으나 무한 경쟁과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에서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파산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의 아주르에어, 라트비아의 프리메라에어, 키프로스의 코발트에어, 리투아니아의 스몰플레닛항공 그리고 스위스의 스카이워크 등이 지난해 파산한데 이어 금년에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게르마니아가 유류비 상승과 항공기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 후 운항을 중단했다. ▶유럽 LCC들의 수익성 악화는 공급과잉 때문인데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좌석 공급이 11% 늘어 항공권 가격을 인하시켰다는 것이다. 라이언에어의 평균 항공권 가격은 작년보다 6% 인하되어 30유로(약 4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2016년 배럴당 30달러 선이던 항공유가 지난해 86달러로 치솟았던 것도 LCC들의 경영을 압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대형 국적항공사와 기존에 6개나 되는 저비용항공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또다시 3개의 새로운 LCC 면허를 발급한 대한민국 정부는 전 세계 항공업계로부터 놀라움과 함께 우려와 비웃음을 동시에 받고 있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따르면 한국보다 많은 LCC를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에 단 한 나라도 없고 미국보다 많은 LCC를 보유한 것이 적절한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 생명과 과당 경쟁을 신중하게 대처해야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대 항공사의 주인이 없는 사이에 LCC를 3개나 허가하는 것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