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필 인천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보건의료는 시장경제에서 흔히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건강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건강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는 공공성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소위 '공공보건의료'라고 일컫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필수 의료 전 국민 보장 강화,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4개 분야에서 12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4년 주기로 지역사회 내 보건의료 현황을 파악해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올해 인천시는 '시민 누리는 건강도시'를 비전으로 공공보건의료체계 를 구축한다. 여기엔 의료접근성 강화, 지역 밀착형 효과적 건강관리,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건의료계획과 종합대책을 수행하기 위해선 시·도의 역량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고 추진할 수 있는 예산 및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예산 중 보건 분야 예산 비율이 낮은 편이라 보건 분야 예산을 지속해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공의료 강화와 300만 인천시민의 보건, 의료, 건강을 전담해 건강도시 인천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국에서 보건을 분리해 보건건강국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제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보건과 복지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보건과 복지가 같은 부처 안에 묶여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보건이 복지에 있어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보건 분야가 가지는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 보건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별도의 보건 전담국을 설치하고 보건 분야 인력이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보건의료가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및 종사자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려면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시급하다. 이에 시에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타 지자체 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립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선도적으로 설립됐지만 다른 지역 지원단과 비교해 예산 및 인력이 부족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정책기획 및 평가, 조사연구, 교육, 보건의료 기관의 연계 및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

인천지역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한 또 다른 부분은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에 있다.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시는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권역 책임의료기관 1개소를 선정하고 지역 책임의료기관 4개소를 설치해 권역과 지역, 보건소와 건강생활지원센터를 구축하고자 한다. 지역 책임의료기관은 배후진료 역량을 기준으로 선정할 예정이나 해당 기준을 만족시키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인천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 대한 지원과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설립·운영하는 적십자병원은 적십자사의 이상인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인류복지 공헌의 일환으로 의료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즉 중앙 적십자 차원에서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기반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민간의료기관이 공적 영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고 인천지역 공공의료기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의료원' 건립 타당성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올해는 시 공공보건의료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해다.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을 통해 중앙정부의 공공보건의료발전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었고, 지자체 역시 지역 보건의료계획을 통해 공공보건의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민이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인천지역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부 단위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정립과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먼저 시·도 보건의료에 관한 법적 책임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공공의료감염, 보건의료정책, 건강증진, 위생안전과 등으로 이뤄진 공공의료 전담 국(局)을 만드는 조직 강화가 시급하다. 이 경우 점점 확대되는 보건의료 수요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