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장

글로벌 도시 인천이라는 말이 무색한 사고가 인천에서 또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인천시 서구 검암동, 백석동, 당하동 일대가 30시간 넘게 붉은 수돗물(적수)로 큰 소동을 겪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음식은 물론 각종 용수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고, 지역 내 학교에서도 식당이용과 여러 활동에 지장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붉은 수돗물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한 추론은 가능하다.
A 언론에서는 성산가압장의 펌프설비 전기공사로 인하여 팔당취수장에서 공촌정수장으로 들어오는 수돗물이 끊겼고, 이때 노후관 내에 있던 불순물이 섞여 나왔다고 한다. B 언론에서는 서울 풍납취수장의 수돗물 공급량을 늘리는 관로 전환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붉은 수돗물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C 언론에서는 저수조 등 물 보관시설의 오염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그 원인이야 자세한 조사를 통하여 곧 밝혀지겠지만 우리나라의 관문이요 대표적 글로벌 도시라고 자랑하는 인천에서 이러한 사고가 버젓이 일어난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하다. 이러한 수준으로 어떻게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직접 마시라고 하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수돗물을 직접 음용한다고 자랑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대표 공항인 인천공항 곳곳에 설치된 수도꼭지 상단에 부착된 '안전한 수돗물이니 음용하라'는 안내문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발표 내용이다. 정수기 필터 구입영수증을 보관하면 이를 보상해 준다는 내용이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준다는 생각에 내놓은 대책이겠지만, 이 내용은 자칫 가정마다 정수기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번과 같은 수질사고가 나면 정수기의 필터를 자주 교체하게 되니 이러한 비용은 인천시가 보전해 준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인천이 구호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 인천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상수도 공급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책 전환의 핵심은 인천시민들에게 어떠한 수돗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말뿐만이 아닌 실제로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직접 음용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적당한 수질의 수돗물을 지금처럼 공급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토록 하는 정책이라면 현재의 인천시 상수도 계획, 운영, 유지관리 및 인력수급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

파주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 이른바 제3세대 수돗물 공급방향인 '건강한 수돗물 공급' 정책이 이미 추진되고 있지만 인천시에서는 아직도 제2세대 '깨끗한 물 공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수돗물에 필수적인 미네랄 대책이 있어야 하고 ICT 기술을 활용한 예측, 운영, 감시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인천상수도혁신추진단'을 구성하여 상수도 전반에 대한 종합점검과 획기적 개선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사고의 혁신은 인천시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서도 나와야 한다. 평상시의 충분한 대비와 투자 없이는 훌륭한 물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땅속의 엄청난 노후관로를 그대로 두거나 점차 악화되는 지표수 처리를 위한 정수처리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이는 수돗물의 직접 음용은 쉽지 않다. 필요한 비용은 요금으로 징수하거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도 공급자와 소비자 간 솔직하게 의논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져야 한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야말로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라는 것을 재인식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사고 혁신도 요망된다. 수돗물도 상품이다. 공급자가 취수원에서부터 수도꼭지까지 책임지고 서비스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파트나 가정에 설치된 물탱크나 옥내 배관까지 관리하는 조례 제정과 워터코디나 워터닥터 등의 운영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수도 공급을 책임지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인사문제는 꼭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 자리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잠시 왔다가 가는 자리로 전락 된지 오래이다. 가장 우수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책임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소신을 갖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하며, 시민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