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지천이다. 시화(市花)답게 인천의 골목길 한 귀퉁이에도 아파트 담장에도 붉은빛이 만발이다. '그대가 보내준 장미 한 송이. 이별의 선물로 장미 한 송이. 너무나 예쁜 장미 한 송이'. 1979년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가 부른 '장미 한 송이'의 가사다. 40년전 장미는 정말 귀한 꽃이었다. 이별의 선물로 쫀쫀하게 고작 한 송이밖에 건넬 수 없었던 비싼 꽃이었다.
이제 장미는 흔한 꽃이 되었다. 줬다하면 100송이는 기본이다. 10여년 전쯤인가. 인천 시청으로 장미 1000송이가 배달된 적이 있다. 무슨 연유였는지 모르지만 수신자는 그 장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걸 받아서 사무실로 가져 갈 수가 없었다. 그만큼 양이 엄청났다. 그 장미 다발은 그냥 시청 로비 한쪽에 수북이 놓였다. 그 장미 헌정 덕분에 한동안 시청홀이 장미향으로 뒤덮였다. 물론 눈요기로도 그만이었다.

또 다른 헌정 한 장면. 지난해 12월 20일 저녁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성황리에 열렸다. 연주회 후 리셉션장에서 이색 행사가 있었다.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 선생을 위한 장미 헌정식이 진행됐다.

연주자들과 지역 인사들은 장미 한 송이씩을 선생에게 전달했다. 구순이었던 선생은 지병 치료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새얼문화재단이 중심이 돼서 지역의 36명(단체)이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았다. 그 전달식을 장미 헌정으로 멋지게 연출한 것이었다. 공로가 있는 선배와 원로를 기리고 모시는 것이 인천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시민 의식임을 장미 가시처럼 콕 찔렀다. 그날의 장미 한 송이는 천만 송이 장미보다 향이 짙었고 귀했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