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나의 별자리로 살지 않는다
정해진 운명 없는 것처럼 생일 아닌 '선택'따라 변해
▲ 주디스 베넷 지음, 신성림 옮김, 이프북스, 600쪽, 1만8000원


"이 책은 여성들에게 자기인식, 자부심, 자신의 성적·사회적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는 소중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편 남성들에게는 이 책이 여성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여성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준다. 사랑과 성적 쾌락, 건강, 행복과 관련된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은 모든 사람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분명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작가의 말 28~29쪽)

세계적인 심리 치료사이자 점성학자인 주디스 베넷이 오랜 상담과 연구로 밝혀낸 여성의 잠재 능력, 사랑, 분노, 인간관계, 욕망의 세계 등 여성들에게 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태양의 위치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전통적인 점성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배격하며, 예정된 운명의 존재를 거부한다는 점을 주요한 메시지로 내세운다. 이 책은 콘셉트 자체가 고대의 지혜인 점성술과 현대의 전문 지식인 심리학을 접목했다는 점 그리고 저자가 오랫동안 여성들을 위해 활동한 페미니스트였다는 점 등 1980년대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21세기인 현재에도 유효한, 전혀 빛바래지 않은 신선한 시도와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특히 '페미니즘' 이슈에 민감한 현재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 그리고 관계와 분노, 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12개의 별자리 모두의 다양성에 맞춰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해서 유용하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별자리를 확인한 이들이라면 자신이 남들과 왜 어떻게 같은 문제로 다르게 느끼고 반응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고 그를 통해 은밀하게 간직했던 고민이 의외의 공공연한 해결방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공개적으로 골칫거리였던 자신의 문제가 신속하게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된다.

이 책의 가장 주요한 메시지는 '한 사람이 평생 하나의 별자리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의 흐름에 별들이 움직이듯 사람들의 운명도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따라서 양자리의 별자리로 태어난 사람이 삶의 사소한 계기를 통해 황소자리를 거쳐 게자리에 머물다 전갈자리로 향할 수 있으며 천칭자리의 장점들을 습득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떠도는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저자는 그 모든 별자리를 거쳐 여성들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할 모델로 13번째 별자리인 '우주적 여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들이 스스로에게 갖는 왜곡되고 부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억압된 욕망 등이 분노로 표출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성적인 경직이라고 밝혔다. 출산율 저하와 결혼 기피 현상, 이혼율의 급증에 이어 3B(비혼, 비출산, 비섹스)라는 유행어를 낳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