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전역의 돼지 축산업계를 강타했던 가축 전염병이다. 인천·경기 지역은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직 백신도 없는데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한다. 초동 대처가 중요한 까닭이다. 강화·옹진 등에서는 지난주 주말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이 점검과 예방소독에 나섰다. 허술히 대응했다가는 큰 후회를 남길 것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달 말 중국과 인접한 북한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멧돼지를 통해 확산되는 이 병원체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이 질병의 원인균 아스파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덩치가 크고 복잡해서 백신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일단 이 질병에 돼지가 감염되면 급성 열병을 일으켜 하루 이틀, 길어야 일주일 안에 죽게 된다. 치사율 100%의 치명적 질병이다. 따라서 한번 확산되면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1957년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에 퍼진 이 바이러스는 이후 완전히 퇴치하기까지 42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는 처음 북부 랴오닝성에서 발병해 9개월만에 최남단 하이난까지 번졌다.

인천지역 45곳의 양돈농가 중 88%(35곳)가 강화군에 몰려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화군을 방문, 접경지역의 돼지열병 차단 활동을 점검했다. 인천에 4만4000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지만 한번 감염되면 90%는 폐사되거나 살처분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상한 시기에는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전국 돼지 축산농가의 사활이 인천·경기 지역의 초동대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한번 뚫리면 그 파장은 삽시간에 전국 축산농가로 번져 나가게 된다. 관계당국은 물론 지역 축산농가의 물샐틈 없는 방역활동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