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5월18일에 벌인 부끄러운 축제
[제물포럼] 5월18일에 벌인 부끄러운 축제
  • 홍성수
  • 승인 2019.06.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광주사태'로 불리었던 5·18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특별법을 통해 5·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해 1997년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국가기념일 지정 20년이 넘으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이 땅의 정신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5·18 폄훼 논란으로 올해 치러진 39주기 5·18 민주화항쟁 기념식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엄중했다.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열린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비하 논란' 등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비판을 들으면서 "5·18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5·18 정신을 승화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에 찬물을 끼얹은 일이 일어났다. 같은날 오후 4시 군포시 산본 로데오거리 분수원형광장에서도 안양군포의왕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군포시민단체협의회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군포·안양·의왕 기념식 및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이 단체는 이날 행사에 안양·군포·의왕지역 시장과 시의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에게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대희 군포시장 등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리고 주최측 사회자는 "최대호 안양시장은 광주 5·18 행사에 참석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안양시 평촌공원에서 안양문화재단이 주최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 진행자는 관객들에게 "안양시가 낳은 신인가수"라고 소개하자, 화려한 황금가면을 쓰고 흰색 무대복 차림에 검은색 망토를 둘러쓴 가수가 등장했다. 그 가수는 첫 곡으로 '너만이'라는 빠른 템포의 트로트 곡을 선보인 뒤 가면을 벗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객석 맨 앞줄에는 김선화 안양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의원들도 앉아 있었다. 광주 5·18 기념식에 갔다던 최 시장이 신곡을 발표하며 '복면 가왕'의 모습으로 나타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최 시장은 아무렇지 않게 두 번째 곡도 불렀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대통령과 시민들은 5·18 비하와 폄훼에 분노하고, 5·18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자고 외치지만 허공에 메아리처럼 여겨졌다.
극히 일부 지자체 지역 정치인들의 일그러진 일상으로도 치부할 수 있는 일인지 곱씹게 만든 일이다. 5·18을 그저 그런 국경일처럼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 39년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군부의 총탄에 쓰러져간 넋들을 기억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세력과 무엇이 다른 건지 많은 생각과 반성이 교차한다. 더욱이 시장이 춤추고 노래하는 역사 인식 부족에서 나타난 일탈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지역 정치인들의 침묵은 '공동정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양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동영상을 보고) 눈과 귀를 의심했다."
시민사회는 안양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묻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기념일이 국가의 제삿날인 것은 아는가. 당신 아버지의 제삿날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는 것인가. 제삿날 축제 좀 했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안이한 생각인가.
그리고 지난달 29일 한국당 소속 안양시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안양시장의 5·18 기념일 날 나홀로 축제를 규탄하는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다.
5·18 정신 훼손을 방치하면 미래의 또다른 범죄를 용인하는 일이 벌어진다. 한국당의 폄훼와 방해로 5·18 진상규명이 표류하고 있다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역사의 진실은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것은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을 바로잡고,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안양시장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통일빨리 2019-06-03 09:50:27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