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64년 도쿄올림픽 대회를 한국의 대학생으로 참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올림픽 대회를 계기로 개통된 도쿄와 오사카 간의 신칸센에 탑승해 교토와 나라(奈良)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나라는 고적과 일본식 주택이 많은 고풍스러운 도시였고 현청 건물은 6층짜리 우아한 현대식 건물이었다. 옥상에 올라 현청 간부들의 설명을 들으며 나라 시내를 조망하면서 현대식 시멘트 건물도 설계만 잘하면 옛 도시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그로부터 8년 후 언론사 특파원으로 파리에서 근무할 때 문화성에서 연락을 받고 기자회견장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알랭 듀아멜 장관은 파리에 건립될 근대미술관(퐁피두센터)의 국제 공모에 이탈리아의 피아노와 영국의 로저스 작품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대국의 미술관 설계를 외국 건축가에게 맡기는 '국경 없는 문화'를 실천하는 프랑스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술관 설계를 국적을 따지지 않고 저명한 건축가에게 맡긴 것은 1958년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 처음인 것 같다. 프랑스 정부는 2차 대전 후 압류하고 있던 마츠가타(松方) 컬렉션을 일본에 돌려주면서 세계적인 건축가 콜뷔지에(1887~1965)의 설계로 미술관을 건립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프랑스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일본은 우에노 서양미술관을 오늘날 세계적인 명물로 탄생시켰다. ▶그 후 미술관이나 박물관 설계를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맡기는 것은 20세기 후반부터 시대의 조류로 정착되었다. 이달 16일 별세한 중국 태생의 미국 건축가 이오밍 페이(1917~2019)가 설계한 루브르의 피라미드, 캐나다 출신 프랑크 게리(90)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과 파리의 루이비통 미술관 그리고 미국출신 리처드 마이어(85)의 백색으로 된 애틀란타,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미술관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나오시마(直島) 미술관과 제주도 본태박물관 등으로 널리 알려진 안도 다다오(88)는 프로 복서 출신으로 여행을 통해 건축을 공부하여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일본의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다. 프랑스의 명품 재벌 피노 씨가 파리에 건립하는 현대미술관 설계를 안도 다다오에게 맡겼다. 콜뷔지에가 일본에 미술관을 설계한지 60여년 만에 일본인 건축가가 프랑스 미술관을 설계하는 인연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