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안 인천시 도시재생건설국장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가 무엇인지 물으면 국민 대부분은 경부고속도로라고 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부고속도로가 고속국도 제1호선으로 표시돼 있어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고속도로가 최초의 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보다 1년 이상 빨리 개통됐기 때문이다.
경인고속도로는 최초의 고속도로답게 우리나라 경제성장 중심축의 역할을 해왔다. 인천항·공업단지·경기·서울 등 주요 지역과 주요 거점을 서로 연결하며 1970~1980년대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국가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다.

하지만 화려한 국가발전의 이면에는 인천만의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인천은 경인고속도로, 경인철도 등 국가기간망이 도시를 양분하고 있어 지역 간의 단절로 균형발전의 기회를 상실해왔다. 그 중 경인고속도로는 198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 팽창으로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발생해 고속도로의 기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소음·진동·매연·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로 인천시민은 많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탓에 고속도로에 막혀 눈앞에 보이는 이웃집을 수백 미터 돌아서 가야 하는 어려움과 수 미터씩 되는 옹벽과 방음벽으로 햇볕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편도 감내해야 했다. 이에 경인고속도로 주변은 점점 쇠퇴해갔다. 따지고 보면 국가 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인천시민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은 균형발전을 가로막고 수많은 시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경인고속도로를 일반도로로 변경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다. 결국 많은 시민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17년 12월 인천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경인고속도로에 '인천대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인천대로라는 이름에는 인천의 중심에 위치한 도로의 상징성과 대표성이 반영돼 있다.
50여년 동안 도시를 단절한 고속도로의 벽을 허물어 지역 간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고 주변지역의 재생을 통해 인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이 인천대로에게 주어진 임무다. 마치 경인고속도로가 국가발전을 책임졌던 것처럼 인천대로는 인천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이미 인천대로는 도시철도 2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 재탄생했으며, 앞으로는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던 단절의 벽 또한 철거될 계획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기존 생활권과 역세권 및 주요 거점을 기반으로 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은 인천시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확정됐다.
일반화사업은 도로의 기능을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광역시도)로 단순하게 변경하는 것이 아닌 도로기능 변경과 함께 단절된 도심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 기능을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하고 남은 공간을 소통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면서 낙후된 주변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지역 간 소통을 위해 옹벽·방음벽을 철거해 폐쇄적 경관과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공원과 광장, 문화시설을 배치해 사람·공원·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민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경우 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살아나는 활력 있는 지역으로 새로이 탄생할 것이다.
일반화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원도심의 균형발전과 대중교통체계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중심도로의 기능 개편이 필수적이다. 특히 도시철도 1·2호선,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강서 간 BRT 등 지·광역 대중교통망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대형화물차량은 우회시켜 사통팔달의 교통 체계망이 완성돼야 한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송도~인하대~서인천~여의도를 연결하는 광역BRT 등 신 대중교통을 도입하는 방안을 기본계획에 담아, 내린 곳에서 바로 환승이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같은 계획 하나하나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사업 구상이 시민들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2016년 기본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모아준 결과물이 일반화사업의 기본구상이고 기본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일반화사업의 기본설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기본구상과 계획을 진행했을 때처럼 설계 또한 시민과 함께 추진할 것이다. 일반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주민이 더 나은 생활환경을 누리고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인천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