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에서 소매가 가장 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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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모아(집) 굴복(절)시키고 명령하는 소매가 긴 우두머리(領령) /그림=소헌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강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하여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트럼프의 다음 달 방한 및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 목표다. 국회를 정상定常으로 운영하라는 민의를 어겨가며 밖에서 투쟁 대장정을 고집하는 한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1대 1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며칠 후 다른 당에서는 4당 대표가 함께해야 한다며 5자者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정상영수(頂上領袖) 국가 원수와 정당 대표라는 뜻이다. 정상頂上은 산 따위의 맨 꼭대기 또는 그 이상 더없는 최상급 지도자다. 영수領袖는 '옷깃'과 '소매'를 뜻하며 수령首領과도 같다. 당파나 무리의 우두머리가 만나면 예의를 차리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소매를 걷어 악수하는 데서 유래하였다. 선거철에 유세할 때에도 그들은 옷깃을 여민 후 소매를 걷어붙인다.

頂上정상회담은 국가 원수元首들이 하는 회담이며, 領袖영수회담은 여당과 야당 대표들의 회담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야당대표들의 만남을 영수회담이라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방법이 아니다.

▲領 영(령) [옷깃 / 우두머리 / 거느리다]
①頁(머리 혈)은 首(머리 수)의 옛글자다. 위는 머리털(一) 가운데는 얼굴(目) 아래는 수염(八)이다. 아울러 '사람'으로도 쓴다. 각각 머리와 몸통과 다리가 된다. ②令(령)은 사람들을 모아놓고(집) 굴복(절)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글자였는데 점차 '우두머리'나 '하여금'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③옷깃(領)은 높고 귀한 존재로서 명령(令)하는 우두머리(頁)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袖 수 [소매 / 저고리]
①衣(옷 의)는 옷고름과 소매 그리고 펄럭이는 앞자락 모습이다. 부수로 쓸 때에는 (의)가 된다. ②옷()을 입으면 팔은 어디로부터(由유) 나오는가? 소매(袖수) 아니겠는가?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長袖善舞 장수선무). 재물이 넉넉하거나 조건이 나은 사람은 성공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말 강한 진나라의 위협을 받던 약소국의 신하였던 한비자의 글이다. 그는 정세를 논하는 자들이 나라를 보존하기 위해 합종合從이나 연횡連衡을 택하거나,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는 것 모두가 틀린 방법이라고 지적하였다.

"다스려 강력하게 하는 것은 밖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 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은 어떻게 내실을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며 외세에 빌붙어 안위에 치중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는 분단된 지금 이대로 변하지 않고 영구히 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우리는 우방友邦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민족자결自決에 근거하여 힘을 키워야 한다. 하루빨리 남북 정상頂上이 만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