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마저 '자연'스럽게 … 얼쑤 좋다!

"사시사철 산과 들에서 채취한 수많은 꽃, 잎, 뿌리, 열매, 씨앗 등을 이용하여 맛과 정성을 담은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자연의 맛과 함께 심신을 치유하는 힐링이 됐다'고 말씀하시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경기도 부천시 여월동 '부천 어린이천문대' 바로 앞에 있는 산야초(山野草) 시절(時節) 음식 전문점 '산마루들녘에'는 자연을 고스란히 밥상으로 옮겨놓은 곳이다.

"30년 넘게 음식장사를 해오면서 손님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다"는 정성란 대표는 음식연구로 대한민국한식대가와 신지식인에 선정됐고 지난해 세계식의연구소에서 '식의사(食醫士)' 자격까지 취득했다.

5년동안 틈틈이 공부해서 취득한 식의사는 우리나라의 건강한 농수축산물과 세계 건강식품을 선택하여 올바른 조리과정을 거쳐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관리함은 물론 원활한 배출과정을 거쳐 몸이 건강할 수 있도록 식생활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전문가로 '음식의사'라고 할 수 있다. 요즘도 음식과 건강에 관련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정 대표는 '시절음식연구원' 원장이기도 하다.

'산마루들녘에'는 음식만 자연이 아니다. 앞마당에 줄줄이 늘어선 커다란 항아리들 속에는 앵초, 맨드라미, 죽순, 꽃다지, 질경이, 냉이, 뽕나무순, 둥굴레, 달맞이꽃 뿌리, 민들레, 구절초, 우슬초, 진달래 등 20여종의 산야초들이 숨쉬는 옹기속에 장과 효소 또는 천연양념으로 자기 쓰임새를 기다리며 숙성되고 있다.

가게 안팎에도 자연의 멋과 여백을 담았다. 건물 벽을 타고 늘어진 담쟁이덩굴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동굴을 연상시키는 룸도 있어 아늑함이 느껴진다. 상견례를 하거나 귀한 분을 모시기 좋은 운치있는 룸도 있다. 호화로운 치장대신 자연의 여백을 담았다.

구절초정식, 우슬초정식, 앵초정식 등 코스요리와 함께 구절초약념 장어구이, 쇠고기 석쇠구이, 진달래고추장 낙지볶음과 삼겹살구이, 홍어 근채무침 등 단품요리도 있다.

"우리 집 음식은 하나하나 직접 다듬고 만져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손님들로부터 '좋은 음식 오래오래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고객들에게 평생 대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1층에는 모두 50석이 좌식 또는 입식으로 크고 작은 방에 나뉘어져 있고 2층에는 어르신 생신이나 돌잔치 등 단란한 가족들의 모임 또는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30명정도 함께 앉을 수 있는 넓은 룸도 있다. 10대정도 주차 가능한 자체 주차장도 있다. 032-678-6506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제철 산야초 듬뿍 '그 집'의 추천메뉴]

▲ 구절초정식
▲ 구절초정식

 

●구절초정식
'산마루들녘에'의 대표적인 코스요리 메뉴. 가을에 피는 자생화인 구절초와 같이 재료 스스로의 맛과 향으로 독특하면서 깊은 여운이 남는다. 모든 음식이 투박한 질그릇과 은은한 빛깔의 유기그릇에 담겨 차례로 나오는데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음미하면서 맛보면 건강과 행복까지 선사받을 수 있다. 산야초를 이용한 자연의 맛을 본 뒤에는 백여가지 산야초로 담근 백초식초 한잔과 함께 송화다식이 후식으로 나온다. 봄에만 구할 수 있는 송화가루를 꿀에 버무려 곱게 만든 송화다식은 입안에 넣는 순간 은은한 소나무향이 느껴지면서 사르르 녹아버린다. '산마루들녘에'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후식이다.

▲ 꽃잎쌈
▲ 꽃잎쌈
▲ 알뿌리쌈
▲ 알뿌리쌈

 

 

●꽃잎쌈·알뿌리쌈
코스요리는 걸쭉한 호박죽과 시원한 동치미로 시작한 뒤 전채음식으로 꽃잎쌈과 근채쌈이 나오는데 산야초에 토마토, 꽃잎, 마, 오디까지 얹은 꽃잎쌈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눈까지 호강하게 된다. 맨드라미 식초로 삭힌 생감자에 계란지단, 우엉, 마, 산야초장아찌 등을 올려 싸먹는 근채쌈도 특별한 맛이다. 자연의 새콤함과 고명들의 조화가 입맛을 살아나게 한다.

▲ 시절무침
▲ 시절무침

 

●시절무침
시절이란 '한 해를 날씨에 따라 나눈 한 철'을 뜻하는 말로 '계절'로 많이 쓰이는 데 한마디로 '제철'을 의미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구할 수 있는 재료들에 담백한 닭다리살을 곁들여 산야초 소스로 버무렸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에 시절을 느낄 수 있다.

▲ 홍어 근채무침
▲ 홍어 근채무침

 

●홍어 근채무침
간장과 산야초양념으로 담근 김치를 3년이상 숙성시킨 장김치와 돼지고기 편육, 홍어가 나오는 삼합이다. 돼지고기 편육에도 취장아찌를 곁들였다. 취장아찌 편육에 홍어 한 점, 김치 한 쪽을 올리고 거기에 마늘, 고추, 집된장과 함께 향이 좋은 산야초까지 올려서 한 입에 쏙 넣으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삼합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 구절초 약념 장어구이
▲ 구절초 약념 장어구이

 

●구절초 약념 장어구이
가을에 채취한 구절초를 10시간 이상 정성껏 달인 '약념'을 이용해서 맛을 냈다. 약이 된다고 해서 '약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장어는 생강을 곁들여 먹지만 이집에서는 아삭아삭 씹히는 매실절임과 함께 먹으면 오묘한 맛이 일품이다.

 

▲ 영어로 부르는 판소리 K-PAN의 김소라 명창이 산야초 요리로 유명한 부천의 '산마루 들녘에'를 찾았다.
▲ 영어로 부르는 판소리 K-PAN의 김소라 명창이 산야초 요리로 유명한 부천의 '산마루 들녘에'를 찾았다.
▲ '산마루들녘에' 입구에 있는 냉장케이스에는 효소, 식초, 된장 등이 크고 작은 병과 항아리에 담겨 있는데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팔기도 한다.
▲ '산마루들녘에' 입구에 있는 냉장케이스에는 효소, 식초, 된장 등이 크고 작은 병과 항아리에 담겨 있는데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팔기도 한다.

 

[김소라 판소리 명창이 찾은 '산마루들녘에']
"우리 전통가락과 곁들이면 멋까지 느낄 수 있는 맛"

"제가 영어로 판소리를 부르는 이유는 우리의 전통소리를 전세계인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판소리 자체만의 창법과 몸짓만으로도 외국사람들이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좀더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영어로 부르고 있어요."

국악가수이자 판소리 명창인 김소라씨가 산야초 시절음식으로 잘 알려진 부천의 '산마루 들녘에'를 찾아 최근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K-PAN 콘서트 'Mother' 공연과 산과 들에서 채취한 제철 산야초로 만든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K-POP에 이은 판소리 브랜드 K-PAN을 알리며 판소리 세계화를 위해 활동하는 김소라 명창은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카네기 잰켈홀에서 영어로 부르는 판소리 콘서트 '판소리로 들어보는 어머니의 마음(Mother of Love)'을 통해 한국 어머니의 한과 사랑을 미국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줬다.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에게 '어머니'라는 주제는 항상 큰 울림을 공감하고 있어요. 미국 공연에 이어 지난 6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송도국제도시 글로벌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K-PAN무대는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을 위한 자리였어요. 송도국제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이 공연을 지켜봤는데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에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김소라 명창은 성우향, 오정숙, 김수연, 전인삼 명창을 사사하고 서울대 국악과와 전남대 예술대학원 국악과를 졸업하고 2013년 제25회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이지만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제 고향은 전라도 광주인데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국악시범학교라서 판소리와 남도민요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되면서 '어린 것이 소리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부산에 있는 산업체 야간 고등학교를 가야했어요. 낮에는 봉제공장에서 일을 한 뒤 저녁에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야간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러면서 판소리에 대한 꿈을 키우기 위해 EBS교육방송을 들으며 서울대 국악과를 준비했어요. 재수 끝에 서울대에 입학하자 부산과 광주에서 화제가 됐고 방송국에서 출연요청도 왔지만 당시 저는 불쌍한 아이가 되는 게 싫어서 '다음에 제가 판소리로 일가를 이뤘을 때 촬영을 하고 싶다'라며 거절했지요."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대통령상 수상과 판소리 이수자가 된 김소라 명창은 판소리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영어 연수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한국판소리보존회 미국 동부(뉴욕)지부장과 한국판소리진흥원 K-PAN 대표를 맡고 있다. 3년 전부터 인천과 인연을 맺은 김소라 명창은 앞으로 미국은 물론 국내외에서 영어 판소리 공연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고 국악나눔 지식콘서트 등의 소양강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집은 자연에서 캐온 산야초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산야초를 발효시킨 효소액으로 양념을 하고 간도 맞춘다고 들었어요. 우리의 전통 가락인 판소리를 '얼쑤'하는 추임새와 함께 들으며 산야초 요리를 먹으면 맛과 함께 멋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