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래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지난 24일과 27일 양일간 진행된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경기도가 편성한 '경기도 청년면접 수당' 사업 예산 75억원을 0원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예결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도 하지 않고 경기도가 예산을 편성한 결과다. 반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은 89억여원이 늘었다. 사업예산은 기존 경기도가 편성한 786억여원에서 876억여원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눈 깜짝할 새 수십억원의 예산이 사라지고, 수십억원의 예산이 새로 책정됐다.
감시와 견제는 도의회의 고유 임무다. 이 중 예결위는 경기도가 매년 말과 수시로 올리는 예산안에 담긴 사업을 꼼꼼히 따지고 손질한다.

하지만 항상 시간에 쫓겨 벼락치기 심사 관행은 여전하다. 이번 예결위 또한 불과 4일 동안 2조원이 넘는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예산을 심의해야 했다.
예결위 과정은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심의를 찾기 힘들다. 위원들은 몇몇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도에 질의하고 나머지 사업들은 서면으로 기본사항만 확인하기 일쑤다.

직접 예산액을 조정하는 소위원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도의회 복도는 공무원들로 장사진이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하며 예산을 삭감하려는 위원들과 줄다리기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도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말 실수라도 할 경우 예산액이 순식간에 감액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길게는 수개월간 준비한 사업의 운명이 수분~수십분의 짧은 순간에 결정된다.
예결위원들도 할 말은 있다. 수많은 사업들의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하기에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항상 밤 늦게, 새벽까지 진행하는 예결위 기간만 되면 의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늦은 밤에 만난 예결위원은 "말이 왼쪽 귀로 들어와 그대로 오른쪽 귀로 나간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심도 있는 심의를 기대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사업 각각의 당위성을 따지기보다는 도가 원하는 예산과 의원들이 원하는 예산을 암묵적으로 교환하는 '거래' 관행이 벌어진다.

예결위를 한시적 기구가 아닌 상시적 기구로 바꾸자는 지적이 매년 반복돼 왔다. 예결위는 예산을 심의할 때만 개최되는 '특별위원회'다. 예결위 의원 임기 1년만에 예산 심의 전문성을 체득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난해 경기도는 20조원이 훌쩍 넘는 24조원 규모의 예산을 세웠다.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며 점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예산은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예산을 심의하는 도의원들의 책임도 커진다. 지금부터라도 내실 있는 예산심의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