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는 시민의 자존심이라는
최용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이사장
▲ 최용규 이사장의 인터뷰 키워드는 우수 학생·교원, 합작대학, 북한 동포, 양파 농업, 글로벌어학원, 평생학습, 인천시민 등이었다. 그는 인천대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법인화로 인식 변했지만 '시민의 대학' 확신 필요해
대학 사회 첫발 들여보니 '성'쌓는 교수, 버거운 학생

난 '개똥밭' 굴러본 이사장, 특색 찾아야 경쟁력 생겨
지역별 프로그램 배치 구상… 中 연변대와 합작 추진도



"인천대는 유연한 가소성을 지닌 대학입니다. 틀이 완전히 갖춰지거나 고정된 대학이 아니라 좋은 자극을 주면 얼마든지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큰 대학입니다."

지난 17일 인천대에서 만난 최용규(63) 이사장은 취임 100여일을 맞아 인천대는 점토질 같은 변화 속성이 장점이라고 했다.

인천대는 1979년 인천공과대학으로 개교해 1988년 종합대학교로 승격됐고, 2010년 인천전문대학을 통합했다. 그동안 사립, 시립을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체계를 갖추었으나 아직 수용할 학문 분야도 많아 급속히 변화, 발전 중에 있는 대학이라는 설명이다.

2013년 1월18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가 출범했다. 인천대가 올 초 작성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인화 이후 전임교원확보율은 2014년 58.4%에서 2017년 72.0%로 대폭 상승했다. 국내연구비 지원규모는 2012년 27억원에서 2017년 54억원으로 2배로 확대한 결과 논문게재 실적이 23.8% 증가했다. 이는 5대 거점 국립대의 상승률 2.9%와 전국대학 평균 5.7%보다 4~8배가 높은 수치다. 2016년 취업률은 10개 국·공립대학 중 2위(69.1%)라고 밝혔다.

인천대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시행한 2019년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학평가에서 처음으로 201-2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00위 내에 진입한 국내 대학은 29개이다.

"인천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구성원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노력해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있고,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추지 않고는 교수로 임용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최 이사장은 인천전문대학의 통합 과정 이후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혼 과거의 인력구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최근 경쟁력을 갖춘 교육·연구 집단을 형성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외부환경의 기회와 함께 잠재되어 있는 위협적인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지역사회에 스며든 인천대의 고착된 이미지를 바꿔야 합니다다. 예를 들어 등록금이 싼 대학이라는 단편적인 평가를 받기보다는 인천시민들의 자존심이 되는 지역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하겠죠. 인천대의 성장 과정이 선인학원에서 시립화, 국립화를 거치면서 '이 대학은 우리 인천시민의 대학이야' 하는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천대의 여건과 상황은 상전벽해와도 같이 급변했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인천대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저의 첫 임무가 인천대는 인천의 대학이라는 인식을 심는 일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대와 오래 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시의원이 되기 전 일이다. 1990년 9월 동구 송림동 선인학원의 축대가 붕괴돼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사건의 조정위원을 맡으면서 피해보상 문제를 타결하기도 했다. 결국 인천대의 시립화 출범의 단초를 겪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인연이 인천대 법인 이사장으로 길게 이어진 것 같다."

최 이사장은 인권변호사, 시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지만 대학 사회에 막상 발을 들어놓고 보니 교수들은 각자 성을 쌓고 있고, 학생들은 현실에 버거워하는 모습들로 비춰졌다고 한다. 그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할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법인지원팀에 연락하니 해외 출장 중이라고 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연변대에 이근우 상근감사, 이갑영 중국학술원장 등과 다녀왔다. 연변대와 합작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일정이었다. 연변대 훈춘(琿春)캠퍼스는 우리 대학 규모의 훌륭한 캠퍼스다. 연변대가 오는 9월에 중국 정부에 인천대와 합작대학 신청을 한다. 금년 말경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연변대 총장이 오는 7월 4일, 우리 대학을 방문해 이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약속했다. 사실상 인천대가 2+2 체제의 해외 대학 운영 주체로 나서게 된다."

최 이사장은 합작대학의 이름을 지역 특성을 살린 '두만강대학'으로 붙이고 싶다고 했다.

―평소 북한 동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던데.

"그렇다. 남북통일이 되든, 공존·공영이 되든 북한 동포들의 끼니를 굶기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 동포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많은 것을 상실한 동포다. 그래서 나는 해외 양파농사 법인을 설립하고 10여년을 양파농사에 매달려 왔다. 우리나라 양파와는 달리 냉해에 강해 재배 역량이 뛰어난 품종이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몰도바, 카자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북한, 러시아, 한국 등이 위치한 이 벨트에 양파 작농을 보급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난 2017년 12월 2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리인과 450만평 양파 재배 계약을 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쌀보다 양파 생산량은 5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양파를 팔아 쌀을 사는 게 훨씬 이득인 셈이다. 연변대와 상과계열의 합작대학 운영이 마무리되면 여기에 농사 관련 원예학과를 신설해 보려 한다. 또 역사 연구에 뛰어난 연변대의 강점을 활용해 역사학과도 만들어 인천대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역할을 확대했으면 한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면서 우선 남북이 서로 반목보다는 인정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감대를 이뤄나가길 희망하는 의지가 뚜렷해 보였다. 남북 통사를 연구하는 데 국립법인 인천대가 선도적으로 나서길 주문했다.

―글로벌어학원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도움이 되나.

"현재 2000명 수준이다. 내년 목표는 9000명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확장 유치하기 전에 제대로 잘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학생들의 어학수준을 높여 학부과정 편입이 늘면 인천대의 정원 외 학생 규모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훈춘을 비롯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해외 어학원을 개설해야 한다. 수업료 수익을 늘려 장학금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이다."

그는 '개똥밭에 굴러봐서 참외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표현으로 대부분 학자 출신이었던 역대 법인 이사장들과의 전략 구상에서 차별화를 강조했다.

―인천시민의 인천대에 대한 자부심을 공유하려면 대학 서비스가 먼저 아닌가.

"우선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인천 코아 지역에 보급하는 것도 좋겠다는 구상이다. 옹진군과 협조해 백령도에 군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 프로그램이 다양한 내용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또 부평 캠프마켓에 예술대학, 서구 환경단지 지역에 환경 관련 학과 등을 배치하면 지역 연구·교육 친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제물포 캠퍼스도 교육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인천대가 국내 막내 국립대학이다." 그는 다른 대학과 똑같다면 경쟁력을 세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색을 찾고 매진하기 위한 방안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국가 강점을 살린 e-스포츠학과 등 몇 가지 분야를 꼽았다. 합작대학의 의미도 이런 데서 도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요즘 법인 사무가 바쁠텐데 대학과의 관계는.

"법인이사회는 일종의 대학업무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기구다. 건강한 긴장 관계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다만 법인 사무를 처리하는 행정기구가 교무처 산하에 있어 분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사장이 학교에 나와 조용히 집필 활동이나 하는 방식으로는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교육부 총장 징계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신분상의 처벌은 철저히 법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 교육부의 주문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의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징계 주체는 이사회다. 오는 29일 이사회에서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비리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총장이 그런 분인가. 교수 채용과정을 진행하면서 넓은 인재 풀을 최대한 가동해 보려는 과정에서 나온 문제다. 룰을 만들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하는데 게임부터 먼저 한 부분이 오류이다. 응시 당사자는 다른 대학에 임용된 상태다. 절차상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이 따른다고 본다."

―인천시민에게 바란다면.

"인천대에 우리 자녀들이 맘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학교 운영 체제를 확 키워야 한다. 국립대에 인천시가 지원하는 것은 낭비라는 시각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지원 재정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인천대는 인천의 자존심이고 인천시, 시민 모두 파트너다. 인천대 발전기금 조성에도 인천시민들이 미래를 향한 작은 씨앗을 하나 심는다는 의미로 동참해 주길 당부한다."

인천대의 상징동물은 쌍사자이다. 최 이사장의 대학 발전을 향한 우렁찬 사자후가 울리길 기대한다.

/김형수 논설실장 kh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