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일본의 지역 대학들이 지자체 등과 손을 잡고 유례없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도쿄대, 교토대 같은 최상위 명문 국립대들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그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중위권 국·공립대학들과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사립대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지역의 여러 주체들과 함께 새로운 실험들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특정 지역의 대학,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사회적경제조직이 대학 안에 거버넌스형 교육 거점을 공동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른바 '지역공공인재'를 맞춤형으로 육성함으로써 지역의 인재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 그 지역에 기여하는 유능한 일꾼으로 끌어안기 위한 협치적 노력과 관련 프로젝트들이다. 즉 지역의 여러 주체들이 대학 안에 학부 등을 함께 설치해 대학을 통해 이들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수요 정합적인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함과 동시에 이들의 지역에 대한 기여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2000년대 이후 오사카시립대, 요코하마국립대, 교토의 류코쿠대학 등과 같은 일본의 중상위 지역 대학들은 해당 지역의 여러 문제를 제대로 통찰하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을 갖춘 '공공적'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고용 역량을 보유한 지역의 주체들과 공동으로 관련 교육 거점을 대학 안에 설치했다.
이 대학들은 '지역공공인재 육성코스' 등으로 불리는 학부 또는 대학원을 개설하고 정규 학사행정을 운영함과 동시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에는 정책 컨설팅을 지원한다.
지자체는 내부 인력수요를 파악하여 이 코스를 수료한 인재를 우선 채용하고 관련 사업비를 지원함과 동시에 대학에 대한 행·재정 지원을 제공한다. 지역 내 공공기관도 이 코스의 학생들을 적극 채용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또 대학의 공식 수업으로 설치된 현장실습 세미나 등의 멘토로 참여한다.
시민사회단체나 사회적경제조직 역시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문제들과 관련한 현장실습의 기회와 전문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교육하고 채용한다.
류코쿠대학의 경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의 임직원도 코스의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으로 참여해 현장 경험이 없는 젊은 학생들과 필드 스터디 팀을 조직해 꽤 강도 높은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고 또 그들 스스로도 보다 높은 차원의 전문성을 확보한다.
이와 같은 일본의 민·관·학 협치를 통한 지역공공인재 육성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성과가 있기에 우리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학은 그 본질적인 책무인 대학 공공성을 견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의 공공적 기관으로의 취업을 책임질 수 있다는 실용성마저 누릴 수 있다.
둘째,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즉시 전력을 갖춘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거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정 지역문제와 관련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을 시스템을 타고 아주 용이하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의 유효성도 높일 수 있다.
셋째,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 역시 그들이 대응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 능력과 그 해결 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활용하게 되면서 지역사회 혁신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경우 이 코스 수료생들의 대부분이 해당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전문 직원, 시민운동가, 사회적경제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 코스가 설치된 오사카, 요코하마, 교토는 흥미롭게도 청년 실업률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는 곳일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성숙도도 높다. 이 프로젝트 이후에 협치가 제도화되면서 지자체, 공공기관과 시민들 간의 신뢰, 소통, 호혜와 같은 사회적 자본 역시 풍요롭게 축적되고 있는 도시들이다.

대학은 그 어원인 'Universitas'라는 단어로 알 수 있듯이 모든 주체들이 하나로 연합하여 함께 공유하는 사회적 공통자본이다.
즉 대학은 본질적으로 자치단체, 결사체, 공동체여야 한다. 대학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개혁과 대학의 지역사회에의 기여가 요청되고 있는 지금, 일본 대학들의 지역착근적 협치의 실험들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