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인천글로벌시티 대표
▲ 이성만 인천글로벌시티 대표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송도아메리칸타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송도 아메리칸타운 전경. /사진제공=인천 글로벌시티

외국인에 100% 분양 … 새로운 시장 개척·1차 완판

여생을 모국서 보내려는 재외동포에 특별한 주거지역 … 2차 분양 준비

'정주지원 프로그램' 통해 적응 도와

시 전역으로 키우기 위해 '인천 글로벌 시티'로 회사명 변경




'집 떠나면 고생이다'

살면서 흔히 들어봤을 이 속담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늑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그런 점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힘은 무엇보다 특별하다.

누군가에겐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달콤한 쉼터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오롯이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아지트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엔 수많은 집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송도아메리칸타운'은 조금 특별한 집으로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만 살 수 있는 주거란 입소문이 나면서 특히 재외동포들에게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메리칸타운은 1차 분양에서 전 세대 분양 완료라는 '완판' 신화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기세라면 뒤이어 진행될 2차 분양 역시 완판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천에 있는 외국인 전용 주거 공간이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성만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23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국인 위주의 기존 분양 방식에서 벗어나 고단한 해외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꿈꾸는 재외동포에 초점을 맞추자는 인식 변화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주거공간

이성만 대표는 인천 공무원 출신이다. 공무원이란 이름을 달고 약 7년간 나라의 녹을 먹던 그가 돌연 벤처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인천이 가진 특별한 힘을 기반으로 한다.

"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는 도시 인천은 그 어느 지역 보다 외국인 유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특히 국제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송도 같은 경우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재외동포가 집단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사실 외국인 전용 아파트는 앞서 강원도나 제주도 등에서도 똑같이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이유는 국내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탓에 되레 내외국인 모두에게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국인 분양을 100% 포기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분양 희망자들에게 점수를 땄고 결국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현재 1차 분양을 마친 송도아메리칸타운은 우리나라 영주권자가 242세대(29.2%), 각국 시민권자 588세대(70.8%)로 구성돼 있다. 시민권자 중 가장 많은 국적은 미국(460세대), 중국(45세대), 캐나다(32세대), 호주(21세대) 순으로 영어권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모국에 돌아와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애썼다. 또한 이들이 '한국인에게 안 팔리는 집을 우리에게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도록 외국인 전용 공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결과 송도아메리칸타운은 다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저절로 분양 문의가 늘어났다. 실제 중국 같은 경우는 마땅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45세대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회사 차원에서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난 탓에 적응이 어려운 재외동포를 돕고자 정주 지원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가령 2월에는 정월대보름 행사를 열고 국악공연과 떡 메치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고 지난달에는 유명 가수를 초청한 공연을 진행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인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추후 인천에 다양한 파생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1차 분양에서 마련된 모든 매물이 계약된 아메리칸타운은 현재 2차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이번 분양에서도 아파트 500여가구와 오피스텔 700여실 등이 성공적으로 계약된다면 재외동포들 사이에 인천이라는 도시의 위상이 크게 오를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회사 이름을 송도아메리칸타운에서 인천글로벌시티로 변경했다. 꼭 송도에서만 가능한 게 아닌 영종을 포함한 인천 전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판을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천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작은 인식 변화로 송도아메리칸타운이 성공할 수 있던 것처럼 시 역시 인천을 국제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인천에서 살아야 한다는 문화가 분명 조성될 것이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한 '도전'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평생 이·공계열 공부에 매진하던 그가 서른 살 넘어 공무원이 되겠다며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이후 글로벌시티 대표직까지 할 수 있던 건 '후회 없이 살고 도전하자'는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인생은 한 번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물론 도전을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인생에 대한 회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공무원을 도전했고, 목표를 이룬 뒤 외국인을 위한 주거 공간 조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추구했다. 올해는 한 차례 떨어진 경험이 있는 인천 부평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자 한다."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 부평갑 국회의원에 도전한 그는 당시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에게 9282표 차이로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절치부심하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한 번 뛰어들고자 준비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귀에 질리도록 들은 부평 지역 현안들이 계속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부평은 과거 서울로 출퇴근하는 거점 지역으로 떠오르며 아파트 값이 오르고 인천의 개발 중심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곳이다. 그러나 송도·청라·영종 등이 개발되면서 서쪽중심으로 방향이 쏠리자 어느새 부평은 침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부평은 서울과의 연계를 목표로 태어난 곳이기에 무엇보다 교통난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GTX-B 노선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난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에 방문했을 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부평하면 떠오르는 이슈인 제3보급단과 17사단 이전 문제, 환승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십정동 등 부평을 찾아가고 싶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선 하루빨리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 견해다."

자신의 장점이 '소통과 공감'이라고 말하는 그는 매 주말마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타운이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외국인들 말에 귀를 기울이던 공감 능력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살다 보니 힘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되더라. 앞서 송도를 새롭게 변화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엔 부평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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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인천 글로벌시티 대표는

이성만 대표는 1961년 11월 4일 인천에서 태어났다. 1979년 광성고등학교를 나와 1983년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생활을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제6대 인천시의회 의장직을 역임한 그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더불어민주당 부평갑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또한 그해부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부평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인천글로벌시티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인천글로벌시티가 진행하는 '송도아메리카타운' 프로젝트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분양 사업이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