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창업과 열정
[시민칼럼] 창업과 열정
  • 인천일보
  • 승인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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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백경 에이스트리플파트너스 대표·경영지도사

건강검진에서 조기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70% 잘라낸지 6개월이 되어서 혈액검사와 CT검사로 추적 검사를 받았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 되어 저녁에 팥죽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창업사관학교 5기 졸업생 원용연 대표였다. 강남역 근처에서 사관학교 졸업동기인 전혜린 대표를 만나기로 했는데 교대역 근처에 사는 '교수님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잊지 않고 전화를 해준 것이 고맙다고 해야겠다. 요즘은 이렇게라도 찾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원 대표와 전 대표는 2015년 2월 호남청년창업사관학교 5기 모집 때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심층교육에 참석했다.


교육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 대표는 노트북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미스트를 꺼내어 최대한 과장된 행동으로 얼굴에 뿌렸다. 원 대표는 노트북을 열어놓고 강의 내용과 관계없는 작업을 하거나 다른 업무를 했다. 두 사람은 강의 태도에서 눈밖에 나 심층면접에서 떨어질 운명이었다.
불만이 많은 사람들을 뽑아놓으면 민원제기를 많이해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 관리팀장의 의견이었다. 창업가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불만은 열정의 한 표현이니 착한 사람보다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 창업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내 의견이었다. 관리팀장은 평생 사업을 해온 나에게 설득되어 두 사람을 합격시켰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코칭은 내가 담당하게 됐다.

기대한대로 원 대표와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유별나게 행동했다. 원 대표는 교육에 잘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에만 집중했다. 나는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사업 관련 외부 세미나에 참석한 경우에도 교육이수 점수를 따도록 해 주었다.
전 대표는 사관학교 입교 전에 이미 청년창업전용대출을 받아서 쓴 상태였다. 운영자금이 부족했다. 인건비는 선 지출 후 지원되는 방식이고 부가세는 지원되지 않으므로 환급이 될 때까지 자금이 묶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또한 사관학교의 교육과 행사 등의 일정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매출을 일으키던 기존 고객의 요구사항에 순발력있게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매출의 감소로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않자 대표의 심경이 날카로와졌다. 그럴 때마다 전 대표는 과민한 행동을 보였다.
나는 규정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해 자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해주었으나 본인은 만족하지 못했다. 개인 면담을 통해 나는 전 대표에게 사업가가 될 것인가, 사회개혁 운동가가 될 것인가, 목표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행정기관이 만든 규정은 행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감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므로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하고 어려운 것이 많다. 그렇다고 창업가가 자기의 사업은 제쳐놓고 제도의 개선에 올인할 수는 없다.

제도를 고치는 데는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졸업할 때까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제도를 개선해 보려하였으나 실익은 얻지 못했다.
원 대표는 불성실한 교육태도와는 달리 시제품 제작과 투자 유치 활동에 집중하여 졸업하기 전에 마젤란펀드에서 3억원을 투자받았다. 창업사관학교에서 졸업 전에 창투사 투자를 받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원 대표는 학점이 모자라는 대표들을 위하여 개설한 추가 교육에도 다 참석하지 못하여 결국 졸업학점을 이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업에 전념하지 않고 돈을 유용한다면 모르지만 졸업 전에 창투사 투자까지 받은 대표를 탈락시킬 수는 없었다. 창업에 관한 학문을 가르치는 창업대학이 아니고 창업가를 만드는 창업사관학교이므로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원 대표는 졸업 후 1년만에 관련업계에서 추가로 1억원을 투자받았다. 3년 후에는 KB투자증권에서 시리즈A 투자로 7억원을 유치했다. 전 대표는 창업 경험을 살려 창업컨설턴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적절한 기회가 닿으면 제2의 창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불만은 열정의 다른 모습이고 열정은 창업에 꼭 필요한 에너지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며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도피하지 말고 창업에 도전해서 그 불만을 스스로 해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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